2012년 9월 26일 수


우리 텃밭에 새 식구들이 들어왔다. 오늘 학교에 다녀 오는 길에 근처의 묘목장에 가서 브로콜리, 부추, 그리고 몇 가지 종류의 상추 모종을 사왔다. 날씨가 이제 선선해지고 있어서 씨를 심어서 수확을 하기에는 늦은 감이 있었다. 사실 생김새만 보고는 뭐가 뭔지 잘 구분이 가지 않았지만, 아이들이 달고 있는 명찰을 보고 몇 녀석들을 입양하기로 결정했다. 아내가 신중하게 고른 모종들의 '몸값'으로 이십이 달러를 지출했다. 그렇게 비싼 것은 아니지만, 과연 이 모종들을 키워 이십이 달러어치의 야채를 먹을 수 있게 될까? 집에 돌아 오는데, 텃밭을 가꾸는 것은 "밑지는 장사"라던 이웃에 사는 서연이 엄마의 말이 생각이 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연이 엄마는 아이들까지 데리고 나와서 부지런히 텃밭을 가꾼다. 경제성을 따지면 그분은 완전 밑지는 분이다. 수확을 하면 우리에게도 자주 나눠주고 했으니까. 하지만 경제적 이익을 초월한 무언가를 심고 거두고 있다. 붙임성 좋은 그 분은 식물들과도 쉽게 친해지는지 서연이네 밭의 깻잎들도 좁은 공간에서도 옹기종기 모여 쑥쑥 큰다.  


해가 기울어져 뜨거운 흙이 식어갈 무렵 모종을 들고 밭으로 나갔다. 내가 미처 마무리하지 못한 고랑 파는 것과 두둑을 만드는 일을 하는 동안 아내가 모종들을 줄을 맞추어 옮겨 심었다. 모든 일이 다 처음 해보는 것들이라 서투르다. 서툴러도 너무 서투르다. 줄도 비뚤고 뿌리까지 제대로 심었는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파릇파릇한 새싹들이 어색한 듯 자리잡고 있는 것을 보니 마음이 뿌듯하고, 애정이 마구마구 솟아난다.


오는 세대가 있으면 가는 세대도 있기 마련이다. 그동안 우리밭에 있는 식물들 중에서 가장 잘  커 준 해바라기가 며칠 전부터 고개를 숙이며 안스럽게 하더니 오늘은 아예 꽃이 바닥에 떨어져 버렸다. 물론 해바라기가 한 해 살이 식물이라고는 하지만, 근처의 다른 밭에 있는 해바라기들은 아직도 싱싱한데 우리 밭에 있는 아이들은 더 빨리 죽는 것 같아서 마음이 안타까웠다. 주인이 관리를 잘못한 탓이기도 한 것 같아 미안하기고 하고……. 해바라기와 더불어 거의 죽어가고 있는 호박 몇 포기도 뽑아 내어 퇴비 더미를 쌓아두는 곳으로 옮겨 두었다. 다시 흙으로 돌아가서 양분이 되고 새로운 생명으로 피어나도록. 오늘은 나와 아내가 우리 손으로 새로운 세대를 맞고 가는 세대를 보내었지만, 언젠가는 우리도 창조주의 손에 의해 이땅에 왔던 것처럼 다시 흙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그리고 하늘의 밭에서 영원히 피어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