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2. 22. 주일.


2013년도 며칠을 남겨 놓지 않은 오늘, 교회 집사님 한 분이 크리스마스 화환(wreath)을 선물해 주셨다. 모양도 예쁘고 향기도 좋지만, 무엇보다 만들어 주신 분의 정성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건강이 좋지 않으신 가운데서도 시간을 들여, 생명을 들여 만들어 주셨다. 우리 주님의 생신인데, 주님의 종인 내가 대신 선물을 받는다. 그럴 자격이 없는 악한 좋인데 말이다. 하늘의 왕께서 자신을 비우신, 신비의 날 성탄절. 그 앞에서 교만한 종은 한없이 부끄러워진다. 그리고 마리아처럼 그리스도를 사랑하는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을 본다. 


성탄 장식 하나 없는 집 대문 앞에 화환을 조심스럽게 걸어 두었더니 마치 밝게 빛나는 듯하다. 그리고 늘 음식 냄새 아니면 퀘퀘한 냄새로 채워져 있던 복도에 신선한 향이 대신 음악처럼 흐른다. 궁금해서 찾아 봤더니, 크리스마스 화환은 독일의 민간 풍속에서 비롯된 것으로, 빛이신 그리스도를 상징하고, 희망의 의미가 담겨 있다고 한다. 


희망. 아, 희망. 그래, 희망. 희망이란 게 있었지.

희망이 벌거벗겨진 2013년 겨울, 문앞에 걸어둔 희망의 원에 그리스도와 함께 검질긴 희망이 찾아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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