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적이/유학일기 2013. 12. 25. 20:14

2013. 12. 25. 수.


어제는 성탄 이브였는데, 갑자기 여러 가지 일들이 생겨서 크리스마스 분위기에 젖을 틈도 없이 아침부터 밤까지 바쁘게 보내었다. 그러고도 맡은 일을 다 끝내지도 못하고, 피곤에 지쳐 잠자리에 누웠는데, 두 시간도 못 되어 잠이 깨고 말았다. 몸도 불편하고 머릿속도 불편하다. 최근 며칠 동안 일어난 일들이 머릿속을 마구 헤집고 다닌다. 해결되지 않은 원망과 불평, 분노와 짜증이 밤마다 두드러기로 표출되는 걸까? 아무래도 몸도 마음도 어딘가 고장이 난 듯하다.


다시 잠을 이룰 수가 없어서 일어나 책상 앞에 앉았다. 그리고 연약하고 무력한 아기로 태어나 사람들의 손에 겸손히 자신을 맡기신 예수를 생각한다. 그는 그렇게 태어났고, 그렇게 죽었다. 나는 그렇게 살지 못하고 있다. 죽지 못하고 있다. 밤마다 독선적인 자아가 피부에서 독버섯처럼 두드러진다. 그래서 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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