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2. 28. 금.




반가운 비가 내리는 날. 비가 잠깐 그친 틈을 타 아내와 함께 산책 겸 장보러 나갔다. 진열대 위의 야채와 과일의 빛깔이 더욱 싱그럽고 선명하게 느껴진다. 얼마 전에 비로소 깨달은 건데, 음식 재료는 모두 생명이 깃들어 있는 것들이다. 내가 아는 한, 소금을 제외하고 돌이나 쇠같은 무생물을 재료로 음식을 만들지는 않는다. 그리고 음식 준비를 위해서 요리하는 사람은 자신의 생명인 시간을 사용한다. 그러므로 생명이 담긴 재료로 생명을 들여 준비한 것이기에 그 음식이 먹는 사람의 생명이 되는 것이리라. 음식이란 생명이 깃든 경이로운 것이며, 요리란 생명으로 생명을 다루는 거룩한 작업이다. 이것을 이제서야 깨닫다니! 보통 나는 식사 준비와 설겆이를 위해 사용하는 시간을 아주 아깝게 생각해왔는데, 반성해야겠다. 그리고 가족과 손님들을 위해 음식을 준비하는 주부와 요리사는 참 거룩한 사람들임을 음식을 먹을 때마다 잊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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