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하여 이주해 온 민족들은 한편으로는 주님을 경외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그들이 부어 만든 우상들을 또한 섬겼다. 그들의 자녀와 자손도 그들의 조상이 한 것을 오늘날까지도 그대로 따라 하고 있다. (열왕기하 17:41 / 새번역)


북이스라엘이 패망한 후 이스라엘 백성은 사로 잡혀서 앗시리아로 끌려 갔다. 대신 사마리아는 바벨론과 앗시리아 제국의 각지에서 강제 이주 당한 이방인들로 채워졌다. 그들의 정착은 쉽지 않았다. 사자가 나타나 사람들을 물어 죽였기 때문이다. 이에 앗시리아의 왕은 원래 이스라엘 땅에 살던 제사장 한 명을 사마리아로 돌려보내서 새로운 이주민들에게 하나님을 경외하는 법을 가르치게 하였다. 이 때부터 그들은 하나님께 제사 드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동시에 그들의 고국으로부터 가져온 신들도 함께 섬겼다. 


어떤 면에서 이들의 모습은 한국의 기독교인들의 모습이 아닐까? 기독교 신앙을 받아들여 정기적으로 교회에 가서 예배를 드리면서도 여전히 세상적인 가치관과 자신들의 욕망을 함께 섬기고 있는 혼합주의적 신앙 말이다. 교회는 나간다, 안 나가면 어떤 해를 입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서. 그런데 여전히 세상의 관습을 따라, 세상적 성공과 물질을 추구한다. 주변의 사람들이 흔히 하는 것처럼, 사소한 부정과 편법을 저지르고, 아무런 거리낌 없이 거짓말도 한다. 사마리아 기독교인들이다. 이런 이들은 참된 예배를 갈망한 사마리아 여인(요한복음 4장)과는 구분되어야 한다. 나는 어느 쪽인가? 혹시 사마리아 주민들이 하나님과 더불어 우상들을 섬기는 것을 못 본 체하고, 또는 어쩔 수 없다 여기고, 그저 밥벌이를 위해 하나님께 제사 드리는 자신의 일만 충실히 행했던 그 '제사장'과 닮아 가고 있지는 않은가?


2014. 4.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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