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만 너머로 하루가 저문다.

한 해가 뉘엿거리며 내 눈을 바라본다. 

해는 서서히 바다로 내려가는데

한 해의 엔딩 크레딧은 솟아 오른다.

그럼에도 얼른 자리를 떠나지 못하는 것은

내가 영화 관람객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리되지 않은 것 같은 구름들

갑작스런 침입자가 남긴 비행운,

그리고 푸른 색과 붉은 색, 

흰색과 검은 색이 공존하는 하늘이 

어수선하고 복잡한 연말의 세상 같다. 


그럼에도 해는 자기 갈 길을 가고

나의 달력에서 한 해는 사라진다.

예전엔 한 해의 마지막 날과 첫날이 

참 가깝다고 생각했는데, 언젠가부터

한 해의 첫날과 마지막 날이 

바로 붙어 있는 것처럼 가까워졌다. 

언젠가는 인생의 첫날과 마지막 날이 

같은 날의 아침과 저녁 같은 때가 올 것이다.


2014. 12. 27.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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