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의 침묵



동창으로 성부가 비쳐와

무거운 어둠을 걷어내더니

바닥에 자리를 펴고 사뿐 앉았다


조그만 창을 열었더니 

상쾌한 성령이 불어와

답답한 마음을 새 숨으로 채우고


침대에서 겨우 일으킨 몸에선 성자가 

기지개를 펴며 희망을 내쉰다


그제야


사방을 둘러싼 소음들 사이에서

가난해도 근심없는 

천사들의 지저귐이 들려오고

뱃속에선 시장기가 꿈틀꿈틀


반갑지 않은 초미세먼지로 

세상이 온통 뿌연 가을이지만


아침의 침묵 속에

그득한

투명한 하나님




2015. 10.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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