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인형



거짓말하면 코가 길어진다는

피노키오는 

동화 속에만 살아있나봐


우리 사는 세상에서

피노키오들은 

박제나 조각상이 되어 

박물관과 거리에 전시되지 

주문에 걸린

고대의 유물처럼


대신 세상에는 거짓말을 

거짓말같이 해도

코는커녕 

눈동자도 흔들리지 않는

매끈한 나무인형들이 

매일같이 TV에 나와 

주문을 쏟아내

마법에 걸린 것처럼


그건 아마도 피노키오는 

나무인형이 아니라

부끄럼을 아는

사람이라 그런가봐

제페토의 따스한 호흡을

기억하는


피노키오를 사랑하는 아이들아 

인형들이 나오는 TV 말고

사람들이 나오는 동화만 읽으렴

피노키오랑 얼음땡 하며

마법에 걸려 얼어붙은

어른들의 마음을 녹여주렴


2015. 11.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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