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을 지나는 길에 "아이들의 방"에 잠시 들렀다. 별이 된 아이들의 빈 방의 사진들을 모아 놓은 천막은 아이들의 방만큼이나 쓸쓸했다.

이 날 밤, 여중생 조카의 방에서 잠을 잤는데, 몹시 피곤한데도 불구하고 한밤중에 잠에서 깨어났다. 몇 달 동안 사라졌던 두드러기가 다시 등을 뒤덮고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 침대에 앉아 있으니, 마치 "아이들의 방" 안에 있는 것 같았다. 다시 사진을 보니 방에 비치는 햇살이 비록 아이들은 없지만 이 방들이 빈방이 아님을 말해 주고 있는 듯하다. 

아직 물속에 있는 아이들이 속히 돌아오기를, 기간제 선생님들의 순직이 인정되기를, 가족들의 마음에 위로가 끊이지 않기를, 사건의 진상이 정오의 태양 아래에서처럼 분명하게 드러나기를 바라며…….


2015. 11. 21.

'날적이 > 그림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현재가 된 과거, 과거가 된 현재  (0) 2016.01.06
열한 번째 협곡을 지나며  (0) 2015.10.29
상기된 달의 얼굴  (0) 2015.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