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웅재의 〈의의 나무〉라는 노래의 가사 중 다음과 같은 첫 부분이 가장 마음에 와 닿는다.


저 산꼭대기 의로운 나무 섰네 

그 심중에 심겨 자라오던 나무여

그 오랜 밑둥을 잘라 깎아오던 이 있어 

그 분은 나사렛의 한 가난한 목수였네


권력자 하만은 자신이 미워하는 사람을 죽이기 위해 나무를 높이 세웠다가 오히려 자신이 그 나무에 매달려 죽었다(에스더 7:9-10).  그러나 가난한 목수 예수는 자신을 미워하는 사람들을 살리기 위해 자신이 못 박힐 나무를 깎았다. (그는 스스로 사람으로 태어나 자신이 죽을 것을 알면서도 십자가의 길을 가셨다. 그러므로 그분의 이 땅에서의 삶은 노랫말처럼 자신이 못 박힐 십자가를 스스로 깎은 것이라 말할 수 있다.)


요즘 국회의원 선거 공천 과정을 보니 오늘날에도 앞다투어 높은 나무를 세우는 하만들이 보인다. 돌이킬 수 없는 때가 오기 전, 성금요일인 오늘만이라도 그 나무를 내려 놓고 잠잠히 '의의 나무'에 달린 예수를 올려다 보기를 기도한다. 그러나 그들은 그럴 생각 없이 지금 이 순간도 서로 나무를 붙들고 싸우고 있으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정치는 남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을 살리는 것이어야 한다.


2016. 3.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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