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여울길



그의 뒤를 따르다 보니

여기에


어둠 속에 더듬더듬

발자국을 따르다 보니

나도 모르게 여기에


검은 파도가 발자취를 지워버려

바람도 길을 잃고 좌초하는

여기

지도에 없는

가난한 해변에


내일의 길이 끊어져

어제가 오늘을 서성이고

오늘이 어제의 골목을 헤매는

여기 사막의 여울에


여기서

그를 잃어 버린 나

나를 잃어 버린

어리석은 나


모든 걸 내려놓고

가만히 눈감으면

하얗게 차오르는 그리움

짙어지고 짙어지면

그제야

안개 속에 나타나

뒤돌아 보는 그

소리 없이 들리는 

환한 부름


그 포근함이 잔상으로 남아

또 다시 그가 안개 속에 사라져도

구붓한 등 곧게 펴고

발자취도 길도 없이

동무도 없이

침묵 속에

그를 따라 안개를 걷는

여기 변두리


흰여울 길


2016. 6.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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