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청



이른 아침 연못가에 나갔더니

한 새가 내게 와 말했다

그 소리가 머릿속에 울리는데

뻐꾹 뻐꾹


그게 아니라며 새가 다시 말했다

이번에도 머릿속에 받아적으니

뻐꾹 뻐뻐꾹


새는 슬피 울며 멀리 날아가고

여전히 머릿속에 남겨진 소리는

뻐꾹 뻐꾹 뻐뻐꾹


매미는 맴맴맴

참새는 짹짹짹


연못가에는 소리가 가득한데

그 마음을 알아듣는 이는

침묵 속에 깨어나는

수련들밖에 없다


2016. 7. 20.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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