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두리 버스정류장



이미 정오가 한참 지난 오후

모두들 일터에서  흘릴

버스정류장에서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 간다

나보다 늦게 이들도

잠깐 있다가 모두

자기의 버스를 타고 잘도 가는데

내가 타야할 버스는 

예정된 시각을 넘겨도 오지 않는다


까만 밤을 지새우고 마침내

아무 일도 없다는듯

버스가 눈앞에 나타나

굿 모닝” 웃으며 인사해도

내게 반가워 맘이 남아 있을까

이미 재가 되어 정처 없이

허공을 떠돌 게다


그런데 오라는 이도 없고

곳도 모르는 나는 

버스를 기다리는 걸까

이렇게 하염없이

번호도 모른 채


그림자가 질문처럼 길게 드리워지고

갈 길 바쁜 바람이 휙 쳐다보고 지나가는

변두리 버스정류장의 오후


2017 3 24

'시와 수필 > 멸치 똥-습작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야간 기도 (Vigils)  (0) 2017.03.25
세월 1073호  (0) 2017.03.24
고공(孤空)비행  (0) 2017.0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