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9. 14. 금.


며칠 전 아내가 이사가는 이웃으로부터 텃밭을 이어받아서 가꾸겠다고 했을 때, 난 그렇지 않아도 늘 바쁜데 귀찮은 일이 생기겠구나 생각했다. 지금 사는 마을에 공동체 정원(Community Garden)이 있는데, 원하는 사람들은 일정 구역을 할당 받아 그곳에 과일, 채소, 꽃 등을 키울 수 있다. 그동안 다른 이웃들이 재배해서 나누어주는 호박, 상추, 깻잎 등을 얻어먹는 것은 고맙고 기분 좋은 일이었지만, 바쁜 중에 소질없는 농사를 지어야한다는 것이 내키지 않았다. 하지만 결국 어제 아내가 가든 열쇠를 받아왔다.


오늘 아침을 먹고, 몸도 찌뿌듯해서 아내에게 가든을 살펴보러 가자고 제안했다. 나는 그저 내가 좋아하는 사진이나  몇 장 찍을 심산이었다. 우리가 이어받은 밭은 두 평 남짓한 땅인데, 아내의 키만큼 자란 해바라기가 화사한 등처럼 밝혀져 있고, 콩, 호박, 토마토 등의 작물이 조금씩 심겨져 있었다. 이전에 이 밭을 가꾸었던 분들이 얼마나 깊은 정성을 심었는지, 그리고 우리에게 야채를 나누어 주던 이웃들이 얼마나 소중히 가꾼 열매를 준 것인지를 잘 가꾸어진 밭과 농작물들이 말해주고 있었다. 


이미 굵게 자란 호박, 그리고 아직 푸른빛을 띠고 있는 토마토 등을 보는데 어느새 신선한 경이감이 상쾌한 아침 공기처럼 마음 속을 가득 채웠다. 우리가 전혀 노력하지 않은 열매, 호박과 콩을 조금 따서 돌아오며, 다음에 직접 정성을 들여 재배한 열매를 다른 이들에게 나누어주는 기쁨을 상상했다. 그리고 내가 쓰는 글들이 이 싱싱한 완두콩과 호박처럼 사람들을 즐겁게 하고, 독자들의 마음에 얼마간의 양분이라도 공급해줄 수 있기를 바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