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을 닦는 사람, 녹을 닦는 공동체

 

 

피켓맨(men)이 나타났다!

 

토요일과 주일이면, 교회 곳곳에서 피켓을 들거나 목에 걸고 있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펩시맨도 수다맨도 아닌 그들은 과연 누구인가? 어떤 민감한 정치적 문제로 시위를 하는 사람들인가? 아니면 일주일에 한 번 자가용 쉬기 운동을 홍보하는 공무원들인가? 그들이 누구인지는 그들이 들고 있는 피켓을 보면 알 수 있다. 거기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적혀 있다.

 

하나님은 지각하지 않으십니다

 

이쯤이면, 아마 다들 대강 눈치를 챘을 것이다. 피켓맨들은 바로 예배 지각 안 하기 운동을 하고 있는 청년1부 임원들이다. 누가 억지로 시킨 것도 아닌데, 자발적으로 캠페인을 시작했다. 캠페인을 위해서 홍보부장 희정이와 회장 노영이가 밤늦게까지 피켓을 만들었다. 그리고 이젠 청년1부에서 제법 나이가 지긋해진 총무 6또래 재윤이와 부회장 5또래 미혜가 토요집회 광고시간과 청년부실 입구에서 피켓을 목에 걸고 있다. 그리고 또 여러 임원들이 주일 3부예배를 전후하여 교회입구에서 역시 피켓을 들고, 매고 서 있다. 아직은 좀 쑥쓰러워서 아무 말 없이 그저 들고 있기만 하지만, 추운 날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홍보하는 모습이 정말 대견하고 자랑스럽다.

 

이렇게 임원들이 홍보를 하는 이유는, 토요집회와 4부예배에 지각하는 사람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작년에 심할 때는 토요집회 시작할 때에 찬양팀을 빼고 한 손으로도 셀 수 있는 사람들만 앉아 있을 때도 있었으며, 4부예배 역시 겨우 이십여명 앉아서 예배를 시작할 때도 있었다. 피치 못 할 사정으로 어쩔 수 없이 늦게 오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이 습관성 지각증후군에 걸린 이들이다. 노영이가 뽑은 표어 중 하나는 다음과 같은 내용을 가지고 있다. 일주일에 10분 지각하면 일년에 520분이란다. 이것은 꼬박 3일하고도 12시간 정도에 해당하는 시간인데, 우린 토요집회와 주일 4부예배, 이렇게 두 번의 예배를 드리고 있으니까 곱하기 2하면 7, 즉 일년에 일주일은 꼬박 그냥 지각으로 시간을 버린다는 계산이 나온다. 즉 시간을 정확히 지키는 사람보다 일년에 꼬박 일주일은 하나님을 만나지 못한다는 이야기가 된다. 또한 지각하여 분주하고, 준비되지 않은 마음으로 예배를 드리는 것은 일찍 와서 기도하며 예배를 준비하는 것과 그 깊이에 있어서 엄청난 차이가 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예배에 10분 지각하는 것은 하나님과의 만남에 있어서 엄청난 손해를 보는 결과를 낳는다. 그래서 임원들이 이렇게 체면을 따지지 않고, “예배 지각 안하기캠페인을 열심히 벌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두 달 후 3월부터는 또 다른 새로운 캠페인을 할 예정이라고 한다.

 

지각은 무서운 습관이다. 습관이라는 것은 이미 몸에 배여 버려서 의식적으로 잘 깨닫지 못한 채 계속해서 반복하는 행동을 말한다. 물론 좋은 습관도 있지만, 나쁜 습관은 알게 모르게 우리 자신을 파괴해 간다. 이러한 사실을 잘 깨닫지 못하기 때문에 나쁜 습관은 더욱 무섭다. 지각 외에도 우리 삶에는 우리가 잘 깨닫지 못하지만, 우리 자신에게 많은 해를 끼치는 나쁜 습관들이 많다. 그래서 청년1부 임원들이 올 한해 나쁜 습관들을 하나하나 고쳐가기 위해 두 팔 걷어 부치고 나섰다. 그것이 바로 예배 지각 안 하기캠페인과 두 달을 주기로 계속될 여러 캠페인들이다. 이것은 곧 방지일 원로목사님께서 말씀하시는 바 닳아 없어지더라도 녹슬지 않겠다라는 자세와도 일맥상통한다. 즉 비록 아직은 젊지만, 우리 삶에서 녹슬 듯이 생기는 나쁜 습관을 하나하나 제거하고, 주님 앞에서 거룩하고 경건한 삶을 사는 참된 주님의 제자가 되기에 힘쓰겠다는 숨은 뜻이 있기 때문이다.

 

듬직한 임원들의 수고와 사랑스런 청년1부 형제·자매들의 참여 덕에 지난 주와 이번 주 토요집회는 지각자가 눈에 띄게 줄어, 집회 참석 인원의 60% 정도의 지체들이 참석한 가운데 시작되는 놀라운 일이 발생했다. 이번 예배 지각 안 하기캠페인과 앞으로 이어질 여러 캠페인들을 통해서 우리 청년1부에 이보다 더 놀라운 일들이 일어 날 것이 기대된다. 혼자서는 하기 어려운 것도, 우리가 함께 할 때는 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 우리 모두 녹을 닦자. 올 한해 우리 모두, 자신을 성찰하고 나쁜 습관을 바꾸는 이 운동에 다함께 참여하자. 그리하여 나 자신과 우리 공동체가 주님의 빛을 온전히 나타내는 하나님의 사람, 하나님의 교회가 되도록 다 함께 힘쓰자


2004. 1. 17

영등포교회 청년1부 <로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