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조주의보

 

 

정확히는 알지 못 하지만, 상당히 오랜 기간동안 건조주의보가 계속되고 있다. 사실 지난 겨울 100년만의 폭설이 온 뒤로 비가 거의 내리지 않고 있다. 최근 비가 조금 내려서 잠시 건조주의보가 해제되기도 했지만, 다시 건조한 날들이 계속되어서 지난 9일에는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에 건조주의보건조경보로 강화되었다. 요즘은 한낮 최소습도가 10%정도 밖에 되지 않는단다. ‘건조주의보는 실효습도가 40% 미만일 때, 그리고 건조경보는 실효습도가 30% 미만일 때 발효된다. 그리고 습도 외에 바람의 풍속도 고려되어서, ‘낮은 습도강한 바람이 함께 만들어 내는 작품이 건조주의보건조경보이다.

 

일단 날씨가 건조하게 되면, 무엇이든 잘 마르게 된다. 그래서 입안이나 콧속이 건조해져서 편도나 코 안이 좋지 않거나, 마른 기침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생겨난다. (경험적으로^^) 그리고 산에 나무가 잘 말라서, 산불이 나기 시작하면 급속히 퍼진다. 설상가상으로 강한 바람이 동반되는 날이면 불길을 잡기가 더욱 어렵다. 실제로 지난 몇 달 동안 국내에는 크고 작은 산불이 끊이지 않고 일어나고 있으며, 진화작업 중 소방대원들이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렇게 날들이 건조해지면서, 때로는 우리의 마음도 건조해지는 것을 느낀다. 물론 이 둘 사이에 과학적인 인과성을 증명하기는 어렵겠지만, 전철 안이나, 길거리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무표정한 얼굴에서 건조함을 느낄 수 있다. 또한 요즘 우리 청년1부의 많은 지체들을 만날 때 그런 느낌이 든다. 물론 모두가’ ‘항상그런 것은 아니지만, 겨울수련회가 있었던 지난 1,2월에 비해서는 많이 마음이나 신앙이 많이 건조해진 느낌이다. 3,4월을 맞이하면서 직장이나 학교에서 바쁜 일들이 많고, 특히 요즘은 중간고사와 과제물들이 쏟아지는 때라서 그런지 리더모임을 하거나, 개별적으로 만날 때 마른 한 숨을 쉬는 지체들이 많아 졌다. 대통령 탄핵과 총선으로 인한 정치적 혼란과 경제적 침체, 그리고 이라크와 원유를 두고 불안정한 국제정세도 이러한 건조현상에 한 몫을 했으리라.

 

이렇게 우리의 마음과 신앙이 건조해지면 어떻게 될까? 앞에서 말한 호흡기 질환이나 산불과 비슷한 현상들이 발생하지 않을까? 편도가 붓거나 콧속이 마르는 호흡기 질환은 큰 병은 아니지만, 생활하는 데에 적지 않은 불편과 고통을 가져다준다. 마찬가지로 마음과 신앙이 건조해질 때 우리의 삶에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지는 모르겠지만, 마른 기침이나, 편도가 붓는 것과 같은 이상 징후가 발생하게 될 것이다. 이것은 곧 우리가 하나님과의 관계는 물론, 나 자신과의 관계, 그리고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건강하고, 친밀하게 유지, 발전시키기가 어렵다는 말이다.


또한 산불을 생각해보자. 마른 산은 일단 불이 나지 않으면 큰 문제가 없다. 그러나 일단 성냥불과 같은 작은 불씨라도 떨어지고, 그것을 초기에 진화하지 못한다면 온 산과 집을 태우고 생명을 앗아가는 큰 불로 악화된다. 이처럼 우리의 마음과 신앙이 건조해져 있을 때에 작은 문제가 생기더라도, 그것을 초기에 잘 해결하지 않으면 큰 문제가 되어 우리의 삶을 뒤흔드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마음과 신앙의 건조현상은 당장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지는 모르지만, 결코 가벼이 넘길 일은 아니다.

 

요즘과 같이 건조한 때에 우리 가족의 건강을 지켜 주는 든든한 친구(^^)가 있으니, 그것은 임원과 리더들이 결혼선물로 사준 공기청정 가습기이다. 원래는 빨간 네온 불빛이 나오는 에로 가습기를 선물해 준다고 했는데, 노영이가 분위기보다 실용성을 고려해서 공기청정 가습기로 골랐단다. 어째든 가습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습기는 이 건조한 시기를 별 무리 없이 잘 보내게 도와 주고 있다. ‘습기라는 것이 참 재미있다. 눈에는 잘 보이지 않는데, 몸으로는 느낄 수 있다. 이처럼 우리의 마음과 신앙에도 습기라는 것이 있다. 그것은 사랑은혜이다. 하나님과 가족, 그리고 지체들의 사랑은 우리의 마음을 촉촉하게 적셔주고, 매일 매일 부어 주시는 하나님이 은혜는 우리의 신앙을 메마르지 않게 해 주신다.

 

지금의 건조경보또는 건조주의보가 언제 해제될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는 우리의 마음과 신앙의 건조와 메마른 현상을 이겨내기 위해서 부지런히 가습기를 틀어야 한다. 우리가 트는 가습기는 사랑과 은혜가 가득 뿜어져 나오는 가습기여야 한다. 바쁘고 힘든 때이지만, 시간을 내어 가족과 그리고 지체들과 함께 하는 소중한 시간은 우리의 맘에 사랑이라는 습기를, 그리고 피곤한 중에서도 매일 매일 펴는 성경과 두 손 모으는 기도는 우리의 신앙에 은혜라는 습기를 뿜어줄 것이다. 오늘 당장 우리의 마음과 신앙의 습도를 체크해보자. 여러분의 마음의 습도, 신앙의 습도는 몇 퍼센트(%)인가? 만약 아주 낮은 습도라면, 또는 계속해서 적당한 습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오늘밤은 꼭 가습기를 틀고 자자.


 2004. 4. 10.

영등포교회 청년1부 <로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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