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를 기다리다

날적이 2008. 12. 31. 10:11

대학시절, 늦은 밤 버스정류장에서 버스가 끊긴 것 아닌가 염려하며 버스를 기다리던 기억이 난다.

갑자기 그때의 느낌이 마음 속에 일어나는 건, 한 해가 저물어 가는 요즘, 어떤 것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기 때문일 게다. 

곧 해가 바뀌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시내산에 올라간 모세를 기다리던 아론은 얼마나 조바심이 났을까? 그는 결국 백성들의 성화에 못 이겨 금송아지를 만들고야 말았다.

기다린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자꾸 내 손으로 금송아지라도 만들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충동이 든다.

우직한 믿음으로, 바보같은 신뢰로, 걱정없이 매일 주어진 일을 해나가는 것이 진정한 기다림 아닐까?

그런데 요즘 나는 버스를 기다리며, 목을 빼고 길 저쪽을 바라보다가, 쪼그리고 앉았다가 일어났다가, 주위를 서성이고 맴돌다가, 버스노선표 위에나 시선을 올려놓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이렇게 한 해의 마지막 날들을 보낼 것인가?


2008년 12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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