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에 대한 책임감

날적이 2003. 12. 24. 17:00

어제 모임이 있어 신촌에 갔다가, 우연히 헌혈의 집 앞을 지나게 되었습니다.

"O형 혈액 급구"

유리문에 붙은 종이를 보고 차마 그냥 지나칠 수 없어 들어갔지요
이런 저런 검사를 받고, 용지를 작성했는데, 마지막으로 담당하시는 분이 몇 가지 주의사항을 다시 확인하였습니다.
AIDS 검사를 위해 헌혈을 해서는 안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헌혈대에 누워, 제 몸에서 나와 삽시간에 팩을 채워가는 붉은 피를 보았습니다. 
이제 이 피가 몸이 약한 누군가의 몸 속에 들어갈 것이라 생각하니 새삼 피에 대한 책임감이 느껴졌습니다.

비록 흡연이나, 음주를 하지는 않지만 이 피에는 제 삶이 그대로 녹아 들어가 있을 것입니다. 
제 삶이 혼탁해지고, 죄로 오염될 때에 역시 이 피도 혼탁해지고, 더럽혀지며, 제 삶이 그리스도 안에서 거룩할 때에 이 피 역시 어느때보다 깨끗한 상태를 유지할 것입니다.

저는 맑고, 깨끗한 주님의 피를 받아 생명을 유지하고,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주님의 피는 세상의 그 어떤 피와 비교할 수 없는 값지고, 깨끗한 피입니다. 
그 주님의 피가 제 몸 속에서 더럽혀지지 않고, 깨끗한 상태로 다른 사람들에게 흘러 가도록 더욱 정결하고 거룩한 삶을 살아야 하겠습니다. 

내가 주께 범죄치 아니하려 하여 주의 말씀을 내 마음에 두었나이다
시편 119편 11절

주님이 우리에게 맑은 피를 수혈하시기 위해, 이땅에 오신 성탄절을 며칠 앞두고, 새삼 피에 대한 책임감을 느낍니다.


2003년 12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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