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을 읽고서

아직도 깊이를 해득할 수 있는 몇 번의 탐독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관계 문헌을 읽고 이해를 가져야겠지만 개략적인 면에서 영성이란 우리 교인이 가져야 할 신성한 품성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나는 아버지로서 자식의 전도의 의해 교회에 나가게 되고 하나님을 믿는다고는 하나 아직도 너무나도 부족하다. 잘 되지는 않겠지만 앞으로 신령한 품성을 가진 하나님의 자녀로서 좀 더 가까이 갈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해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그리고 혁일이가 형식화된 경건적 신앙을 벗어나 신령한 품성으로 허약한 신도들의 정신적 지주가 될 수 있는 논문을 발표할 수 있도록 어려운 과정 중에서도 개척되어 나가는 면모를 볼 때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따라서 원대한 꿈을 가지고 찬란하고 성스러운 도전 앞에 있는 나의 아들에게 그 꿈 이루도록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할 것이다.


2004. 6. 4.

청천(淸川) 



약 십여 년 전, 신학대학원을 졸업하며 쓴 논문을 아버지께 드린 적이 있다. 많은 기대를 걸고 있던 아들이 신학을 공부하겠다는 데에도 반대하지 않으시고, 힘을 다해 도와주시고 격려해주셨던 아버지가 고마워 논문을 드렸지만, 초신자이신 아버지께서 전문용어가 많은 학술논문을 직접 읽으시리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다. 그러나 얼마 후 아버지께서 내 논문을 읽고 계시다는 이야기를 어머니로부터 들은 적이 있다. 하지만 그 마저도 잊고 있었다. 그런데 아버지의 유품들 속에서 위의 글을 발견했다. 먼저 논문 속에 나오는 주요 개념들과 어려운 신학 용어들을 자료를 찾아 정리해 놓으시고, 그 아래에 논문을 읽고 난 감상을 적어 두셨다. 이 글을 읽는데, 뜨거운 눈물이 흐르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이 글은 특히 아버지의 신앙, 그리고 믿음을 가지시면서 그 성품이 참 온화하게 변해가셨던 아버지를 잘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아버지의 육신은 이미 재가 되어 버렸지만, 당신의 생명은 나와 우리 남매들에게 전해져 우리들 안에 여전히 남아 있다. 그러므로 우리 남매가 이땅에서 맺는 열매는 우리들만의 것이 아니라, 아버지께서 그리고 어머니께서 우리에게 나눠주신 생명과 가르침, 기도가 열매 맺는 것이다. 아버지께서 남기신 글을 읽으며, 공부가 어렵다고 낙심하지 않고 교회와 세상에 유익을 줄 수 있는 좋은 글들을 써서, 아버지께 자랑스러운 아들이 되겠다고 굳게 다짐한다.

2013. 6. 4. 아버지의 일흔 두 번째 생신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