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5. 17-18. 금-토.


거제도로 계획에 없던 여행을 왔다. 아버지를 하늘로 보내드리고 허전해 하실 어머니를 위해 삼남매가 함께 뭉쳤다. 마침 동생 내외도 휴가가 며칠 더 남았고, 자형의 배려로 누나도 집안 일로부터 며칠 간 휴가를 얻었다. 그리고 나와 아내, 상속절차를 비롯한 각종 뒷일들을 도맡아 처리하기로 했지만 아버지의 사망신고가 처리되기까지 일주일 정도 기다려야 한다. 갑자기 떠나온 여행이라 아무런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데, 마침 공휴일이 낀 연휴라 피서지는 사람들로 가득 찼다. 숙소도 유람선 표도 어렵게 구했다. 길은 막히고 뭔가 딱딱 들어 맞는 것은 없지만, 가족이 함께 여행을 한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좋다. 어려운 일을 함께 겪으면서 가족들 사이에 정이 더욱 끈끈해 지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



관광지에서 제법 떨어진 곳에 위치한 숙소로 가는 길에 한적한 어촌 마을에 들러서 저녁을 먹는다. 섬들이 묵상에 잠겨 떠 있는 바닷가 마을, 나중에 이런 데서 살아도 좋겠다며 아내가 이야기한다. 해가 지는 조그만 항구에 서니 대학 시절 읽은 시가 한 편 생각난다. 


바다에 오는 이유


누구를 만나러 온 것이 아니다

모두 버리러 왔다


몇점의 가구와

한 쪽으로 기울어진 인장과

내 나이와 이름을 버리고


나도

물처럼

떠 있고 싶어서 왔다.


- 이생진


우리는 왜 이 바다에 와 있을까? 우리는 무엇을 버려야 할까? 안타까움도, 죄송함도, 분노도, 그리움도, 후회도 이제 버려야 한다. 버려야 흐르는 물처럼 떠 있을 수 있다. 살아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