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6. 5. 수.


버클리에 돌아온 지도 벌써 열흘이 되었다. 그동안 여러 이웃들이 함께 울어주고, 위로해 주었다. 몇몇 분들은 모든 일은 '하나님의 때'에 이루어지니 너무 슬퍼하지도 후회하지도 말라고 말해준다. 모든 일어난 일들을 결과론적으로 '하나님의 때' 또는 '하나님의 뜻'이라고 합리화하는 것에는 저항감이 있으나, 사람의 이해와 바램을 뛰어 넘으시는 하나님의 선하심을 그저 바라볼 뿐이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제는 분노를 완전히 버리고 용서해야 하는 때라는 사실이다. 그 사이에 병원과의 대화가 진전 되어 드디어 어제는 마무리가 되었다. 이 일로 아버지와 같이 슬프게 돌아가시는 분이 생기지 않는다면, 최소한 줄어든다면, 아버지의 안타까운 죽음이 헛되지만은 않을 것이다. 이제는 내 맘 속의 분노와 원망의 감옥에 가둬 두었던 이들을 놓아 보내려고 한다. 이번 일이 젊은 의료진이 의사로서 성장하는 데에, 그리고 앞으로 많은 생명을 살리고 치료하는 데에 밑거름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오늘 한국에 있는 동생 내외는 "순국선열을 기리는 현충일을 맞아" 어머니를 모시고 교회 소풍에 간다고 한다. 나도 이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고 있다. 어제부터는 새로운 책 번역을 시작했고, 곧 중단된 공부도 다시 시작할 것이다. 어제 오랜만에 사진기를 들고 버클리 다운타운에 나갔더니 이정표에 꽃이 피었다. 내 삶의 이정표에도 분홍색 장미꽃이 피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