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7. 13. 토.


이번 주간은 아내가 친척집을 방문하는 탓에 혼자 집에서 빵과 라면, 밑반찬 등으로 끼니를 대충 때우고 있다. 그런데 어제 점심은 한 목사님께서 맛있는 밥을 사주셨다. 오랜만에 본 맛있는 음식에 '눈이 뒤집어져' 그릇을 다 비우고, 커피까지 한 잔 마셨더니 배가 너무 불렀다. 책상 앞에 앉아 있기 보다는 무슨 일을 해서라도 열량을 소비해야겠다는 생각에 그동안 미루고, 미루고, 또 미뤘던 일을 꺼내 들었다. 사실은 미뤘다기보다는 신발장 제일 아랫칸 구석에다가 쑤셔 놓아 두고 방치해 둔 일이었다. 발고랑내가 스물스물 올라오는 운동화와 신발 세 켤레를 꺼내들고 '작업실'(욕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물에 세제를 풀어 신발을 씻어 베란다에 널어 두었다. 


마침 오늘도 날이 좋다. 점심 때 잠시 베란다를 들여다 보니 햇볕이 가득 들어와 있다. 밝고 따뜻한 햇볕에 신발들이 사이 좋게 말라간다. 베란다에 줄서 있는 모습이 피아노 건반과도 같아서 마치 피아노 건반을 두드리며 기분좋게 노래를 흥얼거리는 것 같다. 녀석들~ 그동안 많이 찝찝했나 보다. 운동화가 바짝 말라가는 것을 보니 내 마음도 상쾌하게 말라간다. 나도 모르게 신발을 코에다 갖다 대고 향기를 맞는다. 어! 향긋한 세제 냄새 사이로 향기롭지 못한 냄새가 살짝 올라온다. 어제 시간을 아낄려고 대충 씻었더니 발냄새도 살짝 남아 있다. 강력한 세제를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회개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 회개도 대충하면 우리 마음의 죄도 다 지워지지 않고 냄새가 남아 있겠지. 그래서 성경은 대충이 아니라 "마음을 다하여" 그리고 "마음을 찢고" 주님께로 돌아오라고 호소하고 있나 보다(요엘2:12, 13). 세상의 빨래 기술로는 흉내낼 수 없는 변화산에서의 그 하얀 옷(마태복음17:2), 그 옷을 입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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