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놀이



죽기 전에 단풍놀이 한 번 가면 좋겠다

죽음을 앞둔 나뭇잎들이

온 몸에 힘을 빼고 처연히

빚어내는 고운 빛깔들 속에 

나도 벌거벗고 몸을 담그고 싶다

무심히 지나가는 바람에 핑그르르

떨어지는 낙엽을 향해

인생의 절정은 푸른 여름날이 아니라

죽기 직전이라며 작별인사를 전하고 싶다


창밖을 가로 막고 있는 

답답한 붉은 벽돌들 대신

단풍놀이 한 번 가면 좋겠다

마지막 숨을 내쉬기 전에 


2013. 11.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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