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자가 된 머슴" 그리고 "호남 영성의 태두," 한국고등신학연구원(KIATS) 김재현 원장은 이세종을 이렇게 부른다. 난 몇 년 전 키아츠에서 펴낸 이 책의 한글 편집에 참여하면서 이세종을 처음 알게 되었는데 그 삶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이세종은 1880년 경 전라남도 화순 등광리 산골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부모를 여의고 어렵게 자라났다. 그러다 스물여덟 살부터는 남의 집 양자 겸 머슴으로 생활하면서 결혼도 하고 제법 많은 재산을 모았다. 그러나 마흔이 되도록 아이가 없자 무당의 지시에 따라 정성껏 산당을 지어 제사를 드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는 생기지 않았고 그의 머리에는 산당을 짓던 목수가 흥얼거리던 찬송가가 맴돌았다. 이에 그는 찬송가와 성경을 구해서 읽다가 깨달음을 얻고 자기 동네 교회를 찾아 갔다. 


   이후 그의 삶이 변했다. 그는 자신의 모든 재산을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아내 문순희와 함께 극도로 청빈한 삶을 추구했다. 젊은 아내 순희는 갑자기 변하여 잠자리도 같이 하지 않는 남편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도망가서 다른 남자들과 함께 살기도 하였지만, 이후에는 호세아와 같이 자신을 사랑하는 남편을 따라, 이세종의 주위에 모여든 다른 제자들과 함께 일종의 수도 공동체를 이루어 살았다. 낮에는 성경을 강론하였고, 밤이면 성경구절을 암송하였다. 그는 몸이 아파도 약을 쓰지 않았고, 죽기 전에는 오랫동안 거의 음식을 먹지 않았다. 이세종은 1942년 겨울(또는 봄), 공동체의 식구들이 지켜 보는 가운데 "좁은 문으로 들어가소. 그리고 나는 천국으로 간 줄 알고."라는 말을 남긴 채 눈을 감았다. 


  이 책을 편집하고 이세종의 생애를 풀어 쓴 김재현 원장은 이와 같은 이세종의 삶을 사막 교부들과 아씨시의 프란치스코에 비교하였다. 비록 그의 급진적인 삶은 여러 가지 면에서 비판적으로 이해해야 할 필요가 있지만, 그만큼 그리스도를 따르고자 하는 그의 열망만큼은 순수하고 강렬했던 것 같다. 또한 당시 한국에는 기독교가 전래 된 지 그리 오래 되지 않았고, 그가 살았던 시대, 곧 구한말과 일제강점기가 그만큼 혹독하였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세종의 거친 수도 생활이 이해가 되고, 또 그래서 더욱 아름다워 보인다. 그의 정신은 남원 동광원을 세운 이현필을 비롯한 여러 명의 제자들을 통해서 지금까지도 전해진다. 마지막으로 그의 영성을 맛볼 수 있는 잠언과 설교를 각각 한 구절씩 아래에 인용한다.


대접


사람이 하는 대접은 변소에만 한 번 더 가게 하는 것밖에 안 된다. 썩을 것으로 대접받고, 영혼을 썩게 내버려 두어서는 안 된다. 그러므로 주는 데나 받는 데 서로 조심할 것이다. (67)


경책의 의미 (롬8:8, 벧전4:1, 엡3:13)


예수님께서 우리를 위하여 가난하게 되셨은즉, 우리도 예수를 위하여 가난하여야 할 것이다. 예수를 믿을 것만 아니라, 우리도 그를 위하여 고난을 받아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야 예수님의 영광을 우리에게 갖다 주실 수 있으시다. 이것이 경책의 뜻이다. 하나님의 교훈이다. (130)



알라딘 책소개 바로가기

알라딘 책 미리보기 바로가기



이세종의 명상 100가지

저자
이세종 지음
출판사
KIATS | 2011-03-01 출간
카테고리
종교
책소개
이세종은 한글이나 신학 교육을 제대로 받은 사람이 아니다. 체격...
가격비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