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2. 29. 주일.


새벽녘, 꿈 속에서 갖가지 애를 쓰다가 잠이 깨었다. 금방 잊어 버리긴 하지만 요즘따라 새벽에 불편한 꿈을 꾸는 때가 많다. 무거운 몸을 일으켜 교회에 가기 위해 일어나 서둘러 준비하는데, 잊어 버린 것 같았던 오래된 유행가 가사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아직도 내겐 슬픔이 우두커니 남아 있어요." 이제 올해도 며칠 남지 않았지만, 아버지를 잃은 슬픔을 온전히 떨쳐 버릴 수가 없다. 또한 시국도 너무나 혹독하지 않은가! 성탄절에 교회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크리스마스 화환과 카드로 장식된 집에서 따듯하게 지내면서도 마음은 불편했다. 이 화려한 연말에 감옥에서, 제주와 밀양의 길바닥에서, 그리고 영등포의 쪽방에서 외롭고 괴로운 겨울을 보내는 이들이 마음에 걸렸다.


아마 내년에도, 그리고 그 다음해도 슬픔과 더불어 살 것이다. 언젠가는 또 다른 가족을 잃을 것이고, 고통 가운데 있는 이웃들은 줄어들 수는 있겠지만 완전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슬픔은 그렇게 삶의 동반자가 될 것이며, 더욱 강한 소망을 갖게 하는 힘이 될 것이다. 


슬픔이 가라 앉아 있는 마음으로 1부예배 시간에 찬양을 인도하며, 보좌에 계신 주님을 생각하는데, 어느 순간에 주님의 품 안에 있는 아버지가 보였다. 그리고 고통과 소외 가운데 목숨을 잃은 이들도 보았다. 맨눈으로 태양을 본 것 같이 순간이었지만 강렬했다. 찬양이 끝나고 장로님 한 분이 대표기도를 하는 동안 뒤에 앉아 혼자 눈물을 흘렸다. 슬픔이 사라지지는 않았지만, 슬픔이 위로에 젖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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