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이 일

날적이/유학일기 2014. 1. 14. 04:12

2014. 1. 13. 월.


작년 오월 십이일 주일에 내 아버지를 여의고, 올해 일월 십이일 주일에 경애하는 어르신 한 분을 잃었다. 아버지가 숨을 멎은 날은 바람도 숨을 죽이고 침묵하는 화창한 날이였는데, 그가 홀연히 떠난 그날 밤은 유난히도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잠을 이루지 못하는 새벽 창문이 덜컹덜컹 울고, 다음 날 아침 카페 앞 길거리에서 젊은 여자가 뿜어 내는 담배 연기는 제트기의 꽁무니에서 나오는 하얀 연기처럼 빠르게 날아갔다. 그날 밤 한 젊은 부부는 이 지구상에 새 생명이 탄생했음을 SNS를 통해 알리며 즐거워했다. 나는 갓 증류된 커피가 너무나도 빨리 식어가는 것을 맛보며, 생명과 죽음이 바람처럼 오고가는 지구 위에 나의 십이일과 마주 앉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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