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에게로 가는 여행



하루의 밤을 덮고 자리에 누우면

희미한 그대 얼굴 덜컥 밀려와

온밤 열에 들떠 그리움에 뒤척인다

상쾌한 그대 음성

수천 킬로 아득한 길을 

한 달음에 달려와 까르르 웃으며 

다정히 내 이마 짚어 준다면

채 피기도 전에 시든 내 마음

싱싱하게 명랑하게 고개들 텐데

한 다발의 프리지어 향기에도

탐스러운 여인의 입술에도

보이지 않는 그대

또 다시 연필 끝으로 비틀비틀

수만 킬로의 여행을 떠나는 날

지구를 한 바퀴 돌아

내 등 뒤에 새초롬히 섰소


1997. 4. 22.





글쓰기는 여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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