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절을 보내며, 교회 청년들과 함께 영화 <Son of God>을 보았다. 미주 지역의 한인 기독 신문에 이름 있는 목사님들의 추천과 함께 광고가 여러 번 난 영화였다. 영화에 대한 비전문가인 목사님들의 추천을 절대적으로 신뢰하는 편은 아니지만, ― 나 역시도 비전문가이다 ― 그래도 나도 모르게 기대를 갖고 토요일 밤 극장을 찾았다. 한국의 많은 그리스도인들과 마찬가지로 나도 지금까지 예수의 일생에 관한 영화를 여러 편 보았고, 그 마지막은 예수의 고난에 초점을 맞춘 멜 깁슨(Mel Gibson)의 <The Passion of the Christ>였다. 그래서 이번에는 영화를 보고 '은혜'를 받고자 하는 마음보다 '이 새로운 영화는 이전의 다른 예수 영화들과 달리 어떤 새로운 관점에서 그분의 생애를 조명했을까?'라는 궁금함이 더 컸다. 나름 제목을 보고 유추한 '관람 포인트'는 '하나님의 아들'로서의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을 어떻게 그려냈는가였다. 하지만 그것은 감독도 배우도 전혀 의도하지 않은 한 관람객의 '김칫국'에 불과했던 것 같다. 2시간 18분의 상영시간 동안 스크린을 채운 장면들은 '하나님의 아들'로서의 예수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나 집중적인 조명이라기보다는 성경에 나오는 에피소드들의 나열이였다. 특히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에, 예수께서 십자가에서 돌아가시는 모습을 보고 "이 사람은 진실로 하나님의 아들이었도다"(막15:39)라고 고백한 로마 백부장의 중요한 증언도 들어가 있지 않았다. 영화를 보고 난 후에 찾아 보니, 이 영화는 작년에 미국의 History Channel에 The Bible이라는 제목으로 상영되었던 시리즈물을 재편집한 것이라고 한다. 이 사실을 알고나니 왜 이 영화가 별 긴장감 없이 에피소드들을 병렬적으로 나열하고 있는지가 이해된다.


     대신 이 영화는 시작과 마지막 부분에서 사도 요한이 나레이터로 등장하는 독특한 구성을 취하였다. 일종의 액자소설의 형태이다. 요한복음이 "태초에 말씀(로고스)이 계시니라……"(1:1)라는 구절로 시작되는 점에서 착안한 듯, 이 영화는 '로고스'이신 예수께서 태초부터 구약의 굵직굵직한 사건들이 일어나는 곳에 함께 계셨다는 요한의 진술로 시작된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요한의 회상 속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과 사역, 고난, 부활, 승천의 일대기가 차례로 이어진다. 마지막 장면은 다시 한 섬에서 환상을 경험하는 요한의 모습과 (요한계시록에서 발췌한) 재림에 대한 기대가 담긴 그의 짧은 증언들로 마무리가 된다. 이것은 요한복음을 쓴 사도 요한이 말년에 밧모섬에 있을 때에 환상을 보고 요한계시록을 기록했다는 전승을 참고한 듯하다. 하지만 아쉬운 것은 나레이터를 요한으로 세웠지만, 영화의 핵심 부분에서는 요한복음에 기록된 예수의 특징적인 모습은 발견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심지어 요한복음에서 매우 중요한 보혜사 성령에 대한 강조와 예수 그리스도의 대제사장적인 기도(14-17장)도 생략되어 있다. 형식은 요한의 회상 또는 진술을 선택했지만, 내용은 그냥 성경에 나오는 에피소드들을 나열한 것에 불과해 보인다. 비판한다기보다는 요한복음의 관점에서 예수의 모습을 새롭게 또는 특징적으로 묘사했다면 훨씬 더 좋았을 것이라는 진한 아쉬움이 남는다.


     또 다른 아쉬움은 영화에는 복음서에 기록된 실제적인 내용과 다른 부분들이 많다는 것이다. 물론 영화이므로 실제 성경의 기록과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글을 영상과 음향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많은 상상력 또한 동반되어야 한다. 하지만, 그것이 실제 역사적 예수의 모습을 변형 또는 왜곡하는 수준으로 가서는 안 된다. 예를 들면 간음한 여인을 용서하는 장면(요8:1-11)에서 영화에서는 성서와 달리 예수가 돌을 들어 여인을 향해 던질 것 같은 자세를 취하다가 팔을 내리고 군중들을 향해 돌아서서 지금까지 한 번도 죄를 짓지 않은 사람에게 이 돌을 주겠다고 말하는 일종의 '쇼맨십(showmanship)'을 보여준다. (이러한 특징은 다른 장면들에서도 종종 등장한다.) 이것은 땅에 글씨를 쓰셨다는 성서의 기록과 차이가 있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 역사적 예수가 그렇게 쇼맨십으로 군중들의 이목을 끌었으리라고는 전혀 생각되지 않는다. 그것은 서구적인 관점에서 보는 이상적인 지도자 또는 영웅의 모습이지 않을까? 성경의 내용을 악의적으로 왜곡시켰다고는 보지 않지만, 이러한 부분들이 영화를 보는 내내 걸렸다. 결국 이 영화는 성경의 예수를 기록 그대로 화면에 재현해 내는 데에 목적을 둔 작품이 아니라, 작가와 감독과 배우가 이해하고 해석한 예수를 제시하면서, 흥행도 고려하여 드라마적인 요소를 가미하여 고쳐쓴 하나의 새로운 예수 이야기이다. 그리고 함께 영화를 본 이들 중에는 어색한 CG가 오히려 방해가 되고, 예수님의 이야기를 과도하게 공상화(fantasize)하여 사실성을 떨어 뜨렸다는 평가도 있었다.


Canon | Canon EOS 5D Mark II | Manual | Pattern | 1/800sec | F/5.6 | 0.00 EV | 115.0mm | ISO-320 | Off Compulsory영화 Son of God의 한 장면, image from http://sonofgodresources.com/production-stills


     그렇다고 해서 이 영화를 괜히 봤다고 말할 수준의 그런 영화는 아니다. 사실 영화를 만드는 기술이나 방법보다도 그 속에 담긴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 그 자체가 매우 고귀하고 가치롭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수님을 잘 알지 못하는 이들에게 하나님의 아들이신 예수를 소개하는 데에는 영화가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함께 영화를 본 한 형제의 의견이다. 예수께서 고난 당하시고, 부활하시는 장면에서 감동을 받고 눈물을 흘리며 보았다는 이도 있었다. 그리고 실제로 그랬을 가능성은 매우 낮지만, 부활하신 예수님의 무덤을 목격하고 돌아온 베드로가 환희에 차서 빵과 포도주로 즉석에서 성찬식을 행하는 장면은 신선하고 인상적이었다. 개인적으로는 내가 알던 성서의 스토리와 여러 부분에서 다른 '낯선 예수 이야기'를 보면서, 군사적, 정치적 혁명이 아니라 대중 속에서 대중을 일깨우는 것을 통해 하나님 나라를 일으켜 가는 '혁명가 예수'를 눈으로 확인하였다. 그리고 그렇게 '사람들을 일깨우는 혁명'에 동참하는 것이 바로 내가 예수 그리스도의 발자국을 뒤따르는 삶이라는 확신이 깊어졌다. 앞으로 누군가 또 하나의 '예수 영화'를 만든다면 현대적인 제작 기법을 동원하는 것 외에, 예수의 생애에 대한 새로운 각도에서의 조명, 또는 그 시대에 걸맞는 새로운 해석을 담아 기존의 영화들과 차별을 만들어 준다면 고맙겠다.


2014. 3. 16. 



선 오브 갓 (2014)

Son of God 
7
감독
크리스토퍼 스펜서
출연
디오고 모르가도, 세바스티안 납, 다윈 쇼, 그렉 힉스, 아드리안 실러
정보
드라마 | 미국 | 138 분 | 2014-0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