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10. 5. 주일.


아내를 한국에 먼저 보내고, 두 달 동안 열심히 준비한 논문 프러포즐을 이번 달 에어리어 미팅에서 하지 못하게 되었다. 아웃사이드 리더로 도와주시기로 한 교수님의 사정 때문에 언제 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이번 가을에 프러포즐을 하고 한국으로 돌아가려던 계획도 변경을 해야할 지도 모른다. 그 동안 나름 열심히 달려 왔는데, 이렇게 되고 나니 힘이 빠지고 허탈하다. 모든 일이 사람의 계획 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진리를 너무나 잘 알고 있었지만, '이 일까지도' 이렇게 미뤄지게 될 지 알지 못했다. 돌아보면 내가 어리석었다. 나만 열심히 하면, '주님의 도우심으로' 논문이 부드럽게 진행되리라 생각했다. 


이러한 막연한 '낙관적인 전망'은 어디로부터 온 것일까? 유학길을 오를 때, 주님께서 주셨던 약속에 대한 전적인 신뢰에서 온 것일까? 아니면 지금까지 대부분의 과정을 무난하게 통과해 온 나 자신의 능력을 '믿는 구석'으로 삼았기 때문일까?  물론 이 공부에 대한 재능은 원래부터 내가 갖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 주님께서 주신 것이라 생각하지만, 그것을 '이미' 받았기에 어느 정도 '자신감'을 가졌던 것 같다. 결국은 내가 순전하게 주님만을 의지하지 않았다는 말이 된다.


지난 한 주간 논문 위원회의 교수님들께 프러포즐을 보내고, 약간 긴장되고 초조한 마음으로 답을 기다리던 나 자신을 돌아보면, '걱정'에 끌려 살았던 것 같다. 이 또한 주님께 흔들리지 않는 신뢰를 보내지 못했다는 증거이다. 그러므로 앞으로 한 달, 정성스럽게 칼날을 갈듯이 이 신뢰를 더욱 정성껏 연마해야겠다. 물론 '연마'는 내가 하는 것이 아니라, '칼장수'에게 맡기는 것이라는 것도 유념해야겠다. 


당장 내일부터 무엇을 해야할 지 떠오르지가 않아서 일단 저녁에는 그동안 미뤄둔 청소를했다. 책상과 바닥의 먼지를 닦고 나니 그래도 마음이 조금 상쾌해지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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