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대의 마법



자동차 두 대가 시비가 붙어

서로 잘났다고 경음기를 울려댄다

도대체 누가 이렇게 소란을 피우나

발걸음을 멈추고 돌아보았더니

씩씩거리며 앞차를 쫓아가는 금발의 여성

‘조금만 참지’ 고개를 흔들며

다시 내 갈 길을 가는데

앞에서 거리의 낙엽을 치우던 

멕시코계 청소부와 눈이 마주쳤다

그가 두 어깨를 으쓱이며 내뱉는 말

“미쳤군!”

나도 씨익 웃으며 화답하다가

그 옛날 부산의 어느 복잡한 사거리에서

운전대의 마법에 걸려 이성을 읽고

경음기를 주먹으로 내려쳤던 기억이 

뒤통수를 치며 시끄럽게 떠올라 

바닥의 낙엽처럼 얼굴이 울긋불긋해졌다

하마터면 청소부의 빗자루에 쓸려갈 뻔했다


2014. 1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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