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로 가는 기차



별로 가는 기차는

혼자서 타야 한다

시간 위를 달리는 

소리 없는 바퀴에 

말없이 귀를 열고

어둠 속에 공간이 사라지는

창밖을 바라보다 보면

바닥이 없는 마음에 

태초의 우주가 차오른다


가다가 간이역을 만나면

하루 정도 쉬어가자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도

오래된 인연처럼 

한 상에 둘러 앉아 

한 그릇의 된장찌개에 

함께 숟가락을 넣는 것은

여행을 지속케 하는

거룩한 의식이다


별로 떠나는 기차가 

언제 어디서 출발하는지 

아는 이는  오직 

깊고 어둔 밤뿐이다

그래서 밤이 매일 우릴 찾아와

그윽한 눈으로 구애하나보다

못 본 체 말고 

못이기는 척

밤을 품고

불을 끄면

우리 각자는 별이 되고

함께 별자리가 된다



2014. 12.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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