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강절 저녁기도



석양이 구름을 타고 파도처럼 밀려오는 시간

대학 캠퍼스 한가운데 높이 솟은 굴뚝에서는 

사람들의 깊은 한숨이 절박하게 피어 올라

하느님의 한숨인 구름들 속으로 스며든다

다섯 시를 알리는 종이 사람을 깨우고

주황색 구름이 검은 핏빛으로 짙어질 때

대학 정문 앞 자유와 저항의 거리에는

오늘도 두 눈에 초를 밝힌 학생들이

조각구름들처럼 하나둘 모여든다

헬기가 왕똥파리처럼 하늘을 맴돌고

눈물 없는 최루 가스가 눈물겹게 퍼지는

희망과 연대의 대강절 저녁기도 시간

"키리에 엘에이손"



2014.12. 8.

'시와 수필 > 멸치 똥-습작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리는 남으로 살아간다  (0) 2015.02.07
별로 가는 기차  (0) 2014.12.07
운전대의 마법  (0) 2014.1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