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남으로 살아간다



매끈한 봉지 속의 막대과자들처럼 

지하철 객차 속에 빽빽히 들어서서

함께 흔들리는 우리는

서로 몸을 부대끼는 너와 나는

서로에게 투명인간이다 

무심한 듯 빈 자리를 다투는 

잠재적 경쟁자들이다


좁은 의자에 줄지어 앉아 

서로의 어깨를 맞대고

서로가 내뱉은 공기를 들이마셔도

이상한 사람들 외에는

눈을 마주치는 것이 금지된

우리는 남남이다


서로의 체취를 외면하려

이어폰으로 귀를 막은 채

갑갑한 지하에서도

휴대폰만 손에 쥐면

짧은 손가락 끝으로  

전 세계를 누비고 다니는

우리는

사회적 인간인 우리는

남으로 살아간다

우리란 남이다


2015. 2.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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