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그리운 어머니



사람이 그리운 어머니는 

TV와 함께 산다

아침에 일어나면 TV를 켜는 것으로

하루를 상쾌하게 시작한다

간혹 일이 생겨 외출할 땐 

TV를 잠시 꺼두었다가

집에 돌아오면 다시 

TV 소리로 집안을 채운다

초저녁에 잠이 쏟아질 때면 

TV가 자장가를 불러주고

한밤중에 잠이 깨면 

TV가 불면을 함께 견뎌준다


그렇다고 해서 어머니가 TV를

가장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어쩌다 병원에 입원하게 되면

하루 정도 퇴원을 미루기도 한다

방음이 잘 된 집에서 적막하게

혼자 TV를 보는 것보다

병원의 다인실에서 사람들과

중요할 것도 없는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사람 사는 맛이 나기 때문이다


어머니에겐 층간 소음도 정겹고

창밖을 지나가는 자동차도 반갑다

여행을 가면 예쁘고 멋있는 경치보다 

별 볼 것도 없는 사람 구경이 재밌어

사시가 되어버린 눈으로 두리번거리는

어머니는 

사람 사는 재미를 아는 분이다



2015. 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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