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을 사랑하는 어머니



햇볕을 사랑하는 어머니는

하루 종일 햇볕을 따라다니신다


애기 손바닥 같은 아침 해가 

동쪽 베란다 한쪽 구석을 비추면

거실문을 열어 빼꼼히 내다보시고는

베란다로 나가 널어둔 빨래를 개신다


낮이 되어 높이 솟은 해가

더 이상 집 안에 들어 오지 않으면

머리를 곱게 빗고 밖으로 나가

햇볕 같이 여기저기 돌아다니신다


저녁이 되어 지는 해가

서쪽 베란다에 들어올 때가 되면

달래가 든 봉다리를 손에 들고 들어와

한 줄기 석양이 조명처럼 비치는 부엌에서

보글보글 노래하듯 된장찌개를 끓이신다


밤이 되어 해가 세상에서 사라지면

어머니는 일찍 잠자리에 드신다

다음 날 늦잠을 자다가 

잠깐 들어왔다 물러가는 

따사로운 아침 햇살을

놓치면 안되겠기에


2015. 3.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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