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랜디 Mr. Randy

 

 

허리가 점점 휘어지는 오후

기울어진 해가 창으로 들어 오자

창가에 앉아 있던 미스터 랜디

환하게 빛나기 시작

 

청춘의 열정이 사그라들어

검붉게 각혈하던 꽃잎들도

모세의 떨기처럼 

신비롭게 

불타는 환희에 흠뻑 젖어

바람도 없는 실내에서

이유없이 살랑살랑

 

오전 내내 시무룩한 

꽃들이 왠지 낯설지 앉아

못 본 체 지나치고방구석에 쪼그려 앉았던 

사내도 

슬쩍 고개를 기웃거리며

덩달아 히죽헤죽

 

2015. 5.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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