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벌레입니다

- 시편 22, 농민의 노래



내 하나님이여, 내 하나님이여

어찌 나를 버리셨습니까


나는 벌레이지 사람이 아닙니다

내가 만약 사람이라면 

내가 땀흘려 지은 쌀로 밥을 먹는 

형제 인간들이

마시지도 씻지도 못할  독한 물을

거센 폭포수 같은 물줄기로 

내게 쏘아대지 않았을 것입니다

나는 살충제에 쓰러진 해충

이 되었습니다


흙냄새 배이고 태양에 그슬린 나는 

피가 흐르는 스테이크를 즐기는 

교양있는 논객들의 조롱거리이며

정글에서 벌레를 잡아 파티를 벌이는

상류 언론들의 비방거리입니다


나는 물 같이 바닥에 쏟아졌으며

내 머리뼈는 사자의 입에 달콤한 

사탕 같이 깨어졌고

내 마음은 횃불처럼 담대하나

양초처럼 힘없이 녹아내렸습니다

또 주께서 나를 죽음의 

아스팔트 위에 두셨습니다

거품을 문 물줄기가 여기까지 쫓아와 

나를 하수구로 밀어 넣으려 합니다


여호와여 멀리 하지 마옵소서

나의 힘이시여

속히 나를 도우소서

나라는 주님의 것이라 하셨으니

이 나라를 고치소서



2015. 11.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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