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 가득 고물상



고개 숙인 사람들이 지나는

쓸쓸한 거리 길모퉁이엔

이 동네 최고의 부잣집 있어

넓은 마당 양지바른 곳마다

동네 구석구석에서 모여든

온갖 보물들이 언덕을 이루지


늙어 찌그러진 종이 박스 

토사구팽 당한 각종 병들

녹슬고 광택 잃은 고철들이 

거듭남을 꿈꾸며 

간절히 죽음을 기다려


세상엔 그늘진 곳도 많은데

봄은 왜 하필 

고물상에다 

햇빛을 

가득 쌓아 놓은 걸까? 


날마다 표정 없이 찾아오는

굽고 주글주글한 인생들,

새벽부터 주워 모은

자기 닮은 보물들을

때 묻은 동전과 바꿔갈 때

허전히 

빈 수레로 돌아가지 말고 

밝은 햇빛 가득 

실어가라고 그런 거겠지

안쓰러워서 그런 거겠지



2016. 4.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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