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에 이어 오늘도 소금과 같은 벗을 만나 책을 두 권 선물 받았다. 그래서 오늘도 '자랑질'을 한다. 이틀 전 중학교에서 국어 교사로 아이들을 가르치는 친구로부터 전화가 왔다. 그는 백수인 나를 불러내어, 얼큰한 콩나물국밥을 사고, 학생들 문집이라며 책자를 두 권 내밀었다. 하나는 학교 문학동아리 문집이고, 다른 하나는 학생들이 국어 과제로 낸 독후감들 중에 좋은 글들을 가려서 모은 책이었다. 특히 두 번째 글모음집은 반별로 따로 만들어 졸업하는 3학년들에게 선물로 주었다고 한다. 그 열심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담임을 맡으며 매일 아침 '오늘의 한 구절'을 칠판에 적어 주며, 학생들을 격려하고 그들에게 바른 생각과 삶의 태도를 심어주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자습 시간에는 나름 엄선한 클래식 음악을 들려 주며, 아이들로 하여금 책을 읽게 하였다. 꼼꼼히 정리된 명언과 곡목들이 그의 정성을 보여 준다.

     아이들이 담임선생님에게 쓴 한 마디, 한 마디를 읽어보면 그가 아이들에게 얼마나 선한 영향을 끼쳤는지 알 수 있다. 아이들이 그에게 지어준 별명이 "걸예", 곧 걸어 다니는 예수님이라고 하는데, 대학시절을 그와 함께 보낸 나는 그 별명이 그에게 얼마나 적합한지 잘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그와 함께 있으면, 내가 목사라는 것이 부끄러워 진다.

     내가 볼 때에 그는 이미 훌륭한 선생님인데도, 끊임 없이 스스로를 성찰하고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투박한 것 같지만 따뜻한 그의 글이 언젠가는 책으로 나와 많은 청소년들이 읽을 수 있게 되길 바래 본다.

친구와 함께 커피숍에서 나와 길을 걷는데, 학교 근처에서 졸업생으로 보이는 한 여학생이 친구를 보더니 활짝 웃으며 달려 온다. 
     "쌤! 진짜 오랜만이예요~"

     이 외에도 내 지인들 중에는 훌륭한 선생님들이 몇 분 계시다. 그분들께 응원과 존경의 마음을 드리며 '자랑질'을 갈무리한다.


2017. 2. 23.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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