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성교회 세습의 문제는 이제 교회의 울타리, 나아가 교단의 울타리를 넘어선 사회적 이슈가 되었다. 교회 세습 그 자체가 비성경적, 비도덕적인 것은 아니다. 그래서 교회 세습 자체를 마녀사냥식으로 매도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오늘의 사회문화적 상황 속에서는 그것이 재벌의 부의 세습에 비견되는, 이른바 '흙수저'들의 박탈감과 분노를 일으키는 일인 것은 분명하다.(참조 : 한겨레 사설-재벌 뺨치는 명성교회 세습 움직임). 이전에 김하나 목사님이 하신 말씀을 (동영상에서) 보니, 그 분도 이 사실을 잘 인지하고 있는 듯하다. 

     지금 명성교회는 사회적으로 쏟아지는 관심과 부정적 의견(요구)들 때문에 당황스러울 수도 있고, (이미 세습을 마쳤거나 진행 중인) 다른 교회들보다 높은 기준을 요구받는다는 생각이 들어 억울하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만약 '이것이 개교회의 일인데 교회 밖의 사람들이 간섭 또는 참견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생각한다면, 그 교회는 더 이상 세상의 "소금과 빛"이 되는 것은 포기하고, 스스로 높은 울타리를 쌓아 그 속에서 폐쇄적인 종교 집단으로 살아가겠다고 선언하는 것과 다름없다. 이것은 교회와 그리스도인의 본질적인 정체성을 부정하는 일이다. 

     더구나 편법 세습은 교단의 결의를 거스르는 것이어서, 보편적 교회의 일치에 균열을 일으키는 일이 아닐 수가 없다. 만약 교회와 하나님 나라를 위해서 세습이 반드시 필요하다면, 인내심을 갖고 노회와 교단과 사회를 설득하는 과정이 있어야 할 텐데, 지금은 그런 과정 없이 구렁이 담 넘어가듯이 지나가려고 하는 것이 아닌지 심히 우려된다. 아마도 명성교회 당회에서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은 세습이 '반드시' 필요한, 유일한 대안이 아니기 때문이지 않을까?

     그러므로 오늘의 상황 속에서는 명성교회와 김하나 목사님이 어떤 결론을 내리느냐에 따라 교회의 머리이신 주님의 얼굴에 먹칠을 할 수도 있고, 주님을 영화롭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번 일은 루터의 종교개혁 500주년인 올 해, 한국교회가 개혁교회(Reformed Church) 전통을 잘 잇고 있는지, 아니면 개혁의 대상으로 전락했는지를 이 사회에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 될 것이다. 만약 김하나 목사님이 용기 있게 세습을 거부한다면, (바라기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명성교회가 초대형교회를 분립한다면), '끊임없이 개혁하고 있는 교회'의 좋은 사례가 될 것이다. 그러나 많은 우려 가운데서도 세습이 이뤄진다면, 수십 년 후에는 한국교회사에 교회 세속화의 부정적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명성교회 교인들과 김하나 목사님께서 지혜롭게 선택하기를 바라며, 부족한 목사이지만 나도 두 손 모아 기도한다.

2017. 3.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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