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집을 떠나 타향으로 가는 기차에 몸을 실었다. 며칠 후면 이사를 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살림살이를 옮기는 것이지 집을 옮기는 것은 아니다. 아내와 아들이 없는 집은 더 이상 집이 아니다.

3년 전 미국에서 살 때, 한국으로 돌아가는 아내를 공항에서 떠나 보내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다가 내가 가는 곳이 더 이상 집이 아님을 깨달았다. 유학생활을 하며 이미 6년 동안 살아오던 익숙한 동네 버클리가 타향임을 절감하였다. 방 한 칸짜리 좁은 스튜디오도 아내와 함께 살 때는 집이었는데 그보다 넓은 거실이 딸린 원베드룸도 혼자 사니 그저 기숙사일 뿐이었다. 아내가 없는 집은 어둡고 적막했다.

약 한 달 전, 내가 옷가지와 책 몇 권을 챙겨 집을 떠나던 날, 아내도 아이를 데리고 집을 떠나 처갓'집'으로 들어갔다. 남편이 없는 집은 집이 아니다.

그렇게 한 달 동안 비어 있던 우리집이 며칠 동안 다시 집이 되었다. 연휴를 맞아 내가 돌아 가자 아내도 다시 아이릍 데리고 집으로 왔다. 처음엔 한 달만에 만나는 아빠를 보고 어색해 하던 아들도 다시 아빠를 보고 까르르 웃고, 오랫동안 멈춰 있던 밥솥도 김을 내뿜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 땅 위에서의 행복은 언제나 환상처럼 짧은 법. 난 또 다시 집을 떠나고, 혼자서 아이를 키우기 버거운 아내는 엄마집으로 돌아가고... 그렇게 사랑해서 청혼했으나 아내에게 남편 노릇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그렇게 바라고 기다렸으나 아들에게 아빠 노릇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 내가 선택했으나, 내가 선택하지 않은 삶. 그래서 '나는 바르게 선택한 걸까?' 라는 질문도 허용하지 않으려는듯 고속열차는 흔들리며 질주한다.

2017. 10.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