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등포교회 청년1부 <로고스> 칼럼 

2004. 8. 21.

 

추억에서 소망으로

 

 

제주선교가 끝나고, 가족들과 함께 처남이 근무하는 통영으로 내려왔다. 나로서는 결혼하고 맞는 첫여름이지만, 처가 식구들로서는 거의 10여년만에 가족이 함께 보내는 휴가를 맞게 되었다. 섬들이 한적하게 떠 있는 바닷가 펜션에 앉아 이렇게 여유를 즐기는 것은 정말 오랜만이다. 하지만 이런 한적함에 쉽게 익숙해지지 않는 것은 왜 일까? 그것은 아마 최근 몇 달 동안 제주선교를 준비하느라 참 숨가쁘게 달려왔고, 또한 아직도 내 안에는 그 뜨거웠던 제주선교의 기억이 생생하게 살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상태를 무엇에 비유할까? 처음 비행기를 타고 하늘을 난 후, 창밖으로 바라본 하늘 풍경이 여전히 눈앞에 어른거리고, 그 흥분이 가라앉지 않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까? 후후^^ 어쨌든 이러한 증상은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아마 영등포와 제주도에서 제주선교에 참여했던 모든 지체들 역시 지난 일주일 동안의 제주선교를 생각하면 심장이 세게 고동치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증상은 한 동안 계속될 것이다.


그러나 이미 작년에 제주선교를 다녀온 이들은 잘 알지만, 이런 증상이 그리 오래 가지는 않는다. 방학과 휴가가 끝나고 곧 다시 일상 속으로 들어가게 되면, ‘Frontier Jeju 2004’의 그 감흥은 서서히 잊혀지게 되고, 추억의 앨범 속으로 들어가게 될 것이다. 그 때의 좋았던 ‘느낌’은 현재 생생하게 느껴지는 감동이 아닌 ‘느낌에 대한 추억’으로만 남게 되는 것이 대부분의 경우이다. 그래서 제주선교, 또는 수련회를 통해 크게 받은 은혜들을 모두 잃어 버리고, 다시 신앙이 제자리로 돌아가 버렸다고 이야기하는 것을 종종 듣는다. 그렇다면 이런 영적인 성장과 침체의 반복은 피할 수 없는 고리인가? 이러한 반복을 넘어설 수는 없을까?


물론 방법이 있다. 버튼 하나를 누르면 모든 것이 자동으로 처리되는 그런 방법은 아니지만, 몇 가지를 유의해서 실천하면 이런 반복의 고리를 끊고 계속해서 영적으로 성장해 갈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지금부터 그것을 공개하고자 한다.


먼저 첫 번째는 제주선교의 은혜를 정확히 정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오늘날의 젊은 세대는 논리와 이성보다 감정과 느낌을 중요시하는 세대이기 때문에 제주선교나 수련회에 대해 물으면, “좋았다” 또는 “별로였다”는 식으로 느낌에 대해 이야기하는 경우를 자주 본다. 하지만, 거기에 대해 “왜?” 그렇게 느꼈냐고 물으면 선뜻 대답하지 못하고 좀 머뭇거리다가 “그냥”이라고 대답하고 만다. 물론 제주선교나 수련회에 대해 “느낌”으로 기억하는 것 자체는 나쁘지 않고, 어떤 부분에서는 아주 유익하지만 그 이유에 대해 정확히 정리하지 못하고 오직 “느낌”으로만 기억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왜냐하면 느낌은 쉽게 잊혀지거나,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주선교 때 받은 은혜를 정확히 정리해서 수첩이나 일기장에 적어둔다면 느낌이 기억 속에서 희미해질 때에도, 은혜는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 “아! 제주선교 때 만난 하나님은 이런 분이셨지.”라는 기억은 식어가는 우리의 가슴을 다시 뜨겁게 덥혀 줄 수가 있다.


그런데 이러한 은혜를 과거의 추억으로만 남겨 두는 것은 한계가 있다. 제주선교 때의 하나님 체험을 깨끗이 정리하고 먼지를 털어 박물관 유리 상자 속에 넣어두는 것은 현재의 삶에 큰 의미를 가지지 못한다. 하나님 체험은 박물관 속에 있어야 할 것이 아니라, 오늘 나의 삶에 계속되어야 한다. 화석화된 신앙으로는 영적으로 성장할 수도 없고 오늘을 살 수도 없다. 그러므로 매일 아침저녁 말씀묵상과 기도, 그리고 주일예배를 통해 하나님을 만나고, 매주 토요집회와 소그룹모임을 통해 지체들과 함께 나누어야 한다. 이와 같은 ‘오늘의 노력과 훈련’에 힘을 쏟지 않는다면, “은혜를 다 쏟아 버리고, 다시 과거로 돌아갔다”는 한탄이 당연하게 나오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과거의 추억은 오늘의 하나님 체험을 통해서 미래에의 소망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하나님은 제주선교 가운데,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을 통해서 일하셨다. 비록 ‘나’는 여러 가지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하나님께서 ‘나’를 통해서 일하신 것을 우리는 부인할 수 없다. 나를 부정할 수는 있어도 하나님을 부정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어째든 우리가 명심할 것은 이번 제주선교가 마지막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하나님께서 나를 통해서 일하시는 것이 이번 제주선교에만 해당되는 것이 결코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작은 일이며, 하나님은 앞으로 우리의 전 삶을 통해서 더욱 큰 일들을 행하실 것이다. 당신의 선하신 계획에 따라 우리를 사용하실 것이다. 이번 제주선교는 그 맛보기에 불과하다. 우리를 향하신 하나님의 계획과 약속에 대한 맛보기! 그러므로 우리는 앞으로 우리를 통해 하나님께서 행하실 일들에 대한 기대와 소망을 가지고, 더욱 자신을 겸손히 헌신해야 한다.


이처럼 제주선교는 끝나지 않았다. 하나님은 제주선교가 추억의 앨범 속에 끼워져 있거나, 박물관 속에 깨끗하게 그러나 죽은 채로 보관되어 있기를 원하지 않으신다. 오히려 하나님은 어제의 제주선교가 오늘의 하나님 체험 속에서 내일의 소망으로 통합되기를 원하신다.
주의 청년이여! 우리는 여전히 살아계신 하나님의 역사 속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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