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으로 눈을 뜨는 훈련

로렌스 형제의 하나님의 임재 연습

 


하나님,

저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당신의 것이옵니다.

, 사랑의 하나님,

온 마음을 다해 당신을 사랑합니다.

주님, 제 마음이 당신의 마음을 닮게 하소서.”

 


단순하나, 뜨거운 사랑과 열망으로 가득한 이 기도문은 로렌스 형제의 고백이다. 유명한 영성 고전 하나님의 임재 연습의 저자이자 주인공인 로렌스 형제는 17세기 프랑스의 한 수도원에서 살았던 평신도 수도자였다. 그는 뛰어난 신학자도, 권위 있는 성직자도 아니었지만, 그가 남긴 글들과 그에 대한 이야기들은 시대와 장소를 넘어 많은 그리스도인들에게 감명과 도전을 주고 있다. 그러면 로렌스는 누구이며, 하나님의 임재 연습은 어떤 책인가?

 

1. 로렌스 형제는 누구인가?

우리에게 로렌스 형제(Brother Lawrence), 또는 로렌스 수사로 알려진 그의 본명은 니콜라 에르망(Nicolas Herman)이다. 그는 1614년 당시 로랜느(Lorraine) 공국의 영토였던 에리메니(Hériménil)(현재 프랑스 동부지역)에서 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그의 이름과 책이 매우 유명한 것에 반해서 그의 생애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별로 없다. 그의 오랜 친구이자 그의 사후에 이 책을 편집해서 출판한 조셉 드 보포르(Joseph de Beaufort)를 통해서 전해지는 것이 거의 전부다.

보포르에 의하면, 니콜라는 경건한 부모 아래서 신앙교육을 받으며 자라났다. “늘 본이 되는 정직한 삶을 살았던 그의 부모는 어려서부터 그에게 주님을 사랑하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그들은 아들의 교육에 특별히 주의를 기울였고, 오직 복음에 합당한 교훈들만을 골라서 심어주었다.”(140)[각주:1] 이러한 영향 아래 니콜라는 열여덟 살이 되는 해에 겨울의 벌거벗은 나무를 보다가 하나님의 섭리와 능력을 깨닫고 세상을 온전히 등지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러한 체험이 아직은 그를 하나님께 완전히 헌신된 삶으로 이끌어주지는 못했다.

청년이 된 니콜라는 배고픔을 해결하기 위해 군에 입대하여, 로랜느 공국의 군인으로 ‘30년 전쟁에 참여하게 되었다. ‘30년 전쟁’(1618-1648)은 독일을 무대로 신교와 구교를 지지하는 국가들 사이에서 벌어진 매우 처참한 전쟁이었다. 니콜라는 참전 후 곧 독일군의 포로가 되어 스파이 혐의로 교수형을 당할 위기에 처하였다. 그러나 항상 경건한 삶을 살던 그는 담대하고 솔직한 진술로 석방되었다. 하지만 그가 21세가 되던 1635년에는 스웨덴과의 랑베르빌러(Rambervillers) 전투에서 다리에 심한 부상을 입게 되어 전역하였는데, 이로 인해 그는 평생 다리를 절게 되었다.

이 일로 인해 니콜라는 하나님을 찾기 시작하였고, 이제는 세상의 나라를 위한 군인이 아니라 거룩한 직업, 즉 예수 그리스도의 깃발 아래에서 전투하는 일에 종사하기를 갈망하게 되었다(141). 그리고 그는 주님께 참되게 헌신하고, 예수 그리스도의 발자취만 따라 걷겠다는 굳은 결심과 거룩한 열망으로 잠시 광야에서 은둔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러나 점차 주 안에서 형제자매가 된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고 싶은 마음을 가지게 되면서, 26세인 1640, 파리에 소재한 맨발의 가르멜 수도회 평신도 수도자로 입회하였다. 그는 신학 교육을 받을 지식이 없었기 때문에 1642년에는 평수도자로 임명을 받았다. 그리고 그는 부활의 로렌스(로랑)”(Laurent de la Résurrection)란 별칭을 얻었다. 그곳에서 그는 수도원의 부엌에서 약 백 여 명의 수도자들을 위해 음식을 준비하는 일을 맡아 15년 동안 섬겼다. 그러나 다친 다리로 식료품을 구하기 위해 먼 길을 오가는 것이 어려워서 1657년에는 신발 수선실로 자리를 옮겼다. 이처럼 그는 평생 수도원에서 허드렛일을 하며 살다가 1691212일에 하나님의 부르심을 입었는데, 향년 77세였다.

 

2. 하나님의 임재 연습은 어떤 책인가?

원래 로렌스 형제는 책을 저술해서 출판할 의도가 없었다. 그런데 그의 깊은 영성과 인품에 대한 소문을 들은 노아유(Louis Antoine de Noailles)(그는 이후에 추기경이 된다) 수도원장 조셉 드 보포르에게 그를 만나볼 것을 지시하였다. 이에 보포르는 166683일과 16671125일 사이에 그와 네 차례 만나서 대화를 나누었고, 로렌스가 쓴 편지들도 필사하였다. 그리고 그 자료들이 노아유의 권유로 로렌스의 사후에 책으로 출판되었다. 원래 이 책은 프랑스어로 기록되었는데, 1710년에 출판된 불어판을 끝으로 이후에 영어로 번역되어 개신교인들 사이에서 널리 읽히게 되었다. 그중에 감리교의 아버지라 불리는 존 웨슬리(John Wesley)와 미국의 복음주의 목사이자 저술가인 토저(A. W. Tozer)가 있다.

이 책은 크게 다음과 같은 네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조셉 드 보포르가 로렌스와 나누었던 대화들, 로렌스의 편지들, 그가 남긴 잠언들, 보포르가 쓴 로렌스의 생애. 이처럼 이 책은 체계적인 집필 계획을 갖고 쓴 작품이 아니라 자료들을 모아 놓은 것이어서, 중복되는 내용들도 많지만 로렌스 형제의 단순한 삶과 영성을 반복적으로 조명하며 강조한다는 점에서 독자들에게 도움이 된다.

이 책의 한국어 제목 하나님의 임재 연습은 영어 제목 “The Practice of the Presence of God”를 번역한 것이다. 그래서 한국어 제목만 보면 하나님께서 임재 연습을 하는 것처럼 오해할 수도 있지만, 사실은 그리스도인이 하나님의 임재 가운데 살아가기를 연습하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말에서 연습이라는 말은 실전을 준비하는 과정으로 여겨지지만, 이 책에서 말하는 하나님 임재 연습은 실제와 분리가 되지 않는다. , 하나님 임재 연습 그 자체가 하나님의 임재 가운데 살아가는 실제적인 삶이다.

책의 제목처럼 이 작품의 핵심 내용은 하나님의 임재 가운데 살아가기를 훈련하라는 것이다. 로렌스 형제에 의하면, “영적인 생활에서 가장 거룩하고 가장 필요한 훈련은 하나님의 임재를 연습하는 것이다.”(110) 그리고, 하나님의 임재 연습이란 그분이 언제나 곁에 계신다는 사실을 기억하면서”(124), “순간순간 어떤 식으로든 그분과 막힘이 없이, 그리고 겸손하면서도 정답게 이야기 나누는 것을 뜻한다”(110).

이를 위해서 우리는 하나님과의 이러한 대화는 영혼의 가장 깊은 곳, 가장 한 가운데서부터 일어난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126). 꼭 교회나 기도실이 아니더라도 일상의 모든 장소에서, 모든 순간에 우리 마음을 예배 처소로 만들어 하나님과 대화하는 훈련을 해나갈 수 있다. 구체적으로 영혼의 눈, 곧 마음을 하나님께 고정시키고, 하나님을 자주 기억하고, 깊이 생각하는 거룩한 습관을 길러야 한다. 처음에는 지속하기가 쉽지 않겠지만, 낙심하지 말고 꾸준히 연습한다면, “언제 어디서나 순전하고 사랑에 찬 시선으로 주님의 임재를 바라볼 수있게 될 것이니(130), 지금 첫 걸음을 내딛으라고 로렌스는 권면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우리 인간의 노력으로 하나님의 임재 가운데 들어갈 수 있다는 말은 아니다. 로렌스는 하나님의 임재는 영혼의 생명이요 양분이다. 그것은 하나님의 은혜로만 얻을 수 있다.”(127)고 힘주어 말한다. 그래서 로렌스가 가장 강조하는 덕목은 믿음이다. 로렌스는 가톨릭 수도회에 속해 있었지만, 마치 오직 믿음으로를 외친 마르틴 루터처럼, “하나님의 하나님 되심을 내게 알게 하는 것을 오직 믿음뿐입니다.”(163)라고 고백한다. 그는 회심 초기 자신의 죄가 그대로 있고, 완전히 용서 받기 위해서 자신이 뭔가 해야 할 것처럼 느꼈지만, 믿음으로 메마르고 어둠의 시기를 겪은 후 믿음으로 하나님의 은혜를 온전히 신뢰하게 되었다.

비록 로렌스는 수도원 담장 안에 사는 수도자였지만, 그 속에서도 그는 주방과 신발수선실에서 일상적인 일들을 하는 중에도 하나님의 임재 가운데 거하기를 훈련했다는 점에서 오늘날 세속에서 일상생활을 살아가는 그리스도인들에게 많은 귀감이 된다. 보포르에 의하면 로렌스 형제가 하나님께 나아가는 유일한 수단은 매사를 하나님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는 자기가 무슨 일을 하게 될지 관심이 없었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주어진 그 일을 하나님을 위해 한다는 것이었다. 그가 중시한 것은 활동이 아니라 하나님이었다.”(166)

이처럼 로렌스는 모든 일을 하나님을 향한 사랑으로 행했다. 그것이 큰 일이든 작은 일이든, 중요한 일이든 허드렛일이든 상관없이 그는 프라이팬의 작은 달걀 하나라도 하나님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뒤집었고, 그 일도 끝나 더 할 일이 없으면 주방 바닥에 엎드려 하나님을 경배했다.

우리는 하나님을 우리 삶에 임재하시도록 만들 수는 없다. 그러나 우리는 눈을 떠서 우리의 삶 가운데 임재하신 하나님을 볼 수는 있다. 그래서 하나님 임재 연습은 눈을 뜨는 훈련이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지만, 이 책의 도움을 받아 날마다 훈련을 계속하다 보면, 주님의 사랑 안에 거하게 되고(15:9), 모든 것 속에서 빛나는 하나님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영락교회 「만남」 2020년 1월호, 34-37.

  1. 괄호 속의 숫자는 책의 페이지 번호. 『하나님의 임재 연습』(두란노, 컬러 양장판, 2018).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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