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를 잇는 사람들

 

최근 전염병이 전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격리라는 단어를 언론에서 자주 접합니다. 바이러스에 이미 감염된 사람, 또는 감염되었을 가능성이 높은 사람들을 폐쇄된 공간에 격리시키는 것은 질병의 확산을 차단하고, 다른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조치입니다. 그래서 익명의 감염자가 시설에 격리되었다는 소식은 그를 모르는 다른 사람들에게 불안감과 더불어 한편 안도감을 안겨줍니다.

하지만 짧지 않은 기간 동안 홀로 병상에 누워 투병해야 하는 환자 본인과 그를 익명이 아니라 실제 이름으로 알고 있는 가족들은 격리 조치로 인해 매우 큰 심리적 고통을 겪습니다.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뿐만 아니라, 수 년 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사태 때도 역시 사랑하는 가족들과 생이별을 해야 하는 이들의 안타까운 사연들이 많이 생겨났습니다. 특히 어린 아기나 연로하신 부모님과 헤어져야 하는 경우에는 그 고통이 훨씬 큽니다. 또한 감염자나 그 가족들을 잠재적 보균자로 여기고 마치 전염병을 옮기는 쥐를 바라보듯이 두려움과 혐오의 눈길로 쳐다보는 사회적 시선 또한 견디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사회적 격리와 혐오는 전염병이 창궐할 때만 일어나는 일이 아닙니다. 평소 잘 의식하지 못하지만, 우리 사회는 격리를 통해서 사회적 건강과 안전을 유지하려는 시스템을 갖고 있습니다. 단적인 예로 범죄자, 특히 강도나 살인 등 중범죄를 저지른 이들을 교도소에 수감하여 사회에서 격리시킵니다. 그리고 정신질환이 심각한 이들도 격리 병동에 수용하여 치료합니다.

앞서 말씀 드린 것처럼 이러한 격리가 사회적 안전을 위해서 어느 정도 불가피한 조치이기는 하지만, 이 격리가 지나치거나 부당하게 이뤄지면 인권이 상당히 침해되고, 오히려 사회가 전반적으로 더 병들어 갈수도 있습니다. 교도소나 폐쇄 병동에 강제로 수감 또는 수용된 이들은 무대 밖의 존재처럼 보통 사람들의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그들의 존재를 잊을 때가 많습니다. 그리고 일반인들이 그렇게 격리된 이들의 통계를 접하는 것이 매우 어렵기 때문에, 우리는 우리 사회에서 얼마나 많은 범죄자나 정신질환자가 발생하는지 알 수 없습니다.

이 외에도 스스로가 자신을 격리시키는 안타까운 경우도 있습니다. 일명 은둔형 외톨이라 불리는 사람들은 6개월 이상 사회적인 관계와 활동을 거부하고 방안에 틀어박혀서 나오지 않습니다. 이들은 가족을 제외하고는, 심한 경우에는 가족과도 전혀 소통을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러한 자기 격리도 많은 경우 사람들에게서 잊혀지고, 적절한 돌봄이나 도움을 받지 못해서 고독사나 자살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에 매우 위험합니다. 또한 이 정도로 심각하지는 않다할지라도 우리 주변에는 관계가 깨어지거나 끊어져서 외로움 가운데 있는 처량한 사람들이 참 많습니다.

교도소나 병동에 강제로 격리되는 경우나, 사람들을 피해 스스로를 격리하는 경우 모두 소수의 개인들의 문제로만 여길 수 없는 사회적 문제입니다. 그리고 이런 문제들은 한 개인이나 한 가정이 홀로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에 사회적 관심과 도움이 절실합니다. 특히 우리 그리스도인 공동체는 이러한 일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도와야 합니다. 왜냐하면 예수님께서 포로된 자, 갇힌 자, 눌린 자를 자유하게 하시려고 이 땅에 오셨기 때문입니다(4:18).

그래서 우리 4여전도회가 남들이 잘 기억하지 않는 격리된 사람들을 기억하고, 기도하는 자애로운 여인들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전염병으로 격리 병동에 수용된 이들과 그 가족들, 교정 시설에 수감 중인 죄지은 사람들, 폐쇄 병동에 갇힌 마음이 아픈 사람들을 기억하고, 주님께서 그들을 고치시고 치료하시도록 기도하시길 부탁드립니다. 또한 스스로를 격리시킨 안타까운 사람들이 4여전도회를 통해서 사람과의 관계가 회복되고, 나아가 하나님과의 관계가 회복되기를 바랍니다. 무엇보다 4여전도회 회원들께서 이 모임을 통해서 서로를 위한 기도 동역자와 영적 동반자를 만나고, 참된 공동체에 소속되는 기쁨을 누리시길 바라고 기도합니다. 그러면 우리 영락교회 4여전도회가 이 슬픈 격리의 시대에, 갇힌 자를 자유롭게 하고, 끊어진 관계를 잇는 아름다운 사람들의 모임이 될 것입니다.


영락교회 제4여전도회 2020년 2월 월례회보에 쓴 권두언을 옮겨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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