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편으로 드리는 기도

- 시편 150:1-6


우리의 찬송이신 주님,


며칠 전부터 이 시편을 붙들고 있었는데, 기도가 잘 되지 않습니다. 시편 기자는 매우 상기된 목소리로, 호흡이 있는 모든 존재들은(6) 주님을 찬양하라고 명령합니다.  지상은 물론 천상의 '거룩한 곳'(holy place)에서 그것도 모든 종류의 악기들을 다 동원해서 하나님의 위대하심과 주님께서 행하신 놀라우신 일들을 찬송하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주님, 이런 시구들이 마음에 와닿지 않습니다. 솔직히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세상에는 전염병이 몰고 온 죽음의 기운이 가득하고, 지구 곳곳에서 매일 수 백 명씩 죽어나가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자신들의 제한된 지혜와 능력으로 어떻게 해서든지 전염병의 확산을 막으려고 고군분투하고 있는데도, 전능하신 하나님은 손을 놓고 뒷짐만 지고 계신 것 같이 느껴지는 이때에 어떻게 속없이 하나님의 능하신 행동을 즐겁게 찬양할 수 있겠습니까?


하지만 시편 150편 중 마지막인 이 시편은 마지막 날 이뤄질 최종적인 승리를 노래하고 있다는 점을 기억하고 마음을 엽니다. 시편 150편의 장엄하면서도 신나는 찬송에 이르기까지 시편의 기도들은 슬픔과 원통함과 고통과 분노와 회개의 골짜기들을 눈물로 지나왔다는 것을 생각하고 오히려 소망을 품습니다. 지금은 고통과 눈물의 때이지만, 언젠가는 이 마지막 시편처럼 벅찬 가슴으로 구원의 하나님을 찬송하게 될 것이라는 종말론적인 소망을 품습니다. 그 날에는 누가 명령하지 않아도, 가슴으로부터 찬양이 터져나올 것입니다. 그날에는 심훈의 시구처럼 제가 탬버린이나 북이 되어 누가 저를 마구 때리고 흔들어 댄다고 하여도 저는 기뻐하고 또 즐거워할 것입니다. 


그래서 지금은 '그럴 때'라고 믿습니다. 찬송을 미루어 놓은 채 비관하고 절망할 때가 아니라, 오히려 종말론적인 희망으로 오늘을 살아내고, '마지막 찬송'을 드릴 때라는 것을 인정합니다. 오늘 지금 여기에서 선하시고 위대하신 주님을 찬양할 때라는 것을 받아들입니다. 그래서 지금 제가 서 있는 곳에서 주님을 찬양합니다. 주님의 능하신 행동을 찬양합니다. 주님의 선하심과 위대하심을 찬송합니다.


2020. 3.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