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기도

 


새벽과 아침의 경계가 무너진 시각
암막 커튼 치마폭 아래로
고운 빛가루들이 쏟아져 내린다

가지런히 무릎 꿇고
두 손으로 쓸어 담아
빛 알갱이 고슬고슬한
아침밥을 지어먹자

밥알들이 내 안에서 반딧불 되어
눅눅한 어둠을 구석구석 밝히면
나도 오늘 하루 빛이 되어
배고파 우는 아이들에게
한 그릇의 밥이 되리니

2020. 7. 16.

'시와 수필 > 멸치 똥-습작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땅에 사는 별  (0) 2020.12.14
비오는 생일  (0) 2020.06.30
밤기차의 말  (0) 2020.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