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연필 2025. 2. 28. 05:44

소식(小食)

 

새벽부터 휘날리던 싸락눈
이 그친 오후

산속의 진박새들이 바빠졌다
눈 쌓인 나뭇가지 사이에서
술래잡기를 하고
눈 덮인 땅 위를
이리저리 뛰어다니느라
신 났다
어린아이들처럼

간간이 옆으로 누운 산(山)
처럼 생긴 머리로
산 바닥도 찍어 보고
마른 나뭇잎도 쪼아 대는데
헐벗은 겨울 산에서
도대체 무얼 먹는지

애개,
그 작은 부리로
서너 번 쪼아대더니
금방
파르르 날아간다

고작 그것 먹고
배고파서 어떡하니?

그러자 배부른 나에게
진박새가 하는 말

바보야,
무거우면 날 수 없잖아

하늘에서 찍 떨어진 말이
마음에 쿵 하고 내려 앉았다

아,
그러면
나도
날 수 있을까?
 

2025. 2. 12.
영락수련원에서
 
(memo: 새를 보고 나도 날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