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수필/멸치 똥-습작시
꽃과 소녀 2
바람연필
2025. 4. 12. 09:43
꽃과 소녀 2
한 소년이
벚꽃나무 아래
한 소녀를 세워두고
사진을 찍는다
소녀는 수줍은 듯 서있고
소년은 바람에 흩날리는
소녀의 머리칼을 정리해준다
찰칵, 셔터를 누르는 순간
바람에 나무끼던 꽃잎도
잠시 숨을 참고 멈춘다
이번에는 소녀가
소년을 자기 뒤에 세우고
함께 셀카를 찍는다
소녀는 살짝 몸을 뒤로 기울여
소년에게 기대고
소년은 슬며시 몸을 앞으로 기울여
소녀의 얼굴 옆에
자신의 얼굴을 맞댄다
꽃잎들도 불그스레해진다
아무도 모르게
자신들도 모르게
벚꽂나무 아래 서면
누구나 소녀와 소년이 된다
청춘 영화의 주인공이 된다
소년과 소녀는
손을 맞잡고
꽃길을 걸는다
사월의 빛 속으로 행진한다
2024년 4월 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