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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영성, 그리고 세상에 관한 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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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 숲 벤치 “얼마 전 정말 가까운 친구가 스스로 세상을 떠났어요.” 그룹 영성지도 시간, 한 자매가 굵은 눈물 방울을 떨어뜨린다. 그러자 함께 있던 다른 이들도 티슈를 꺼내 눈물을 닦는다. 그들에게도 그렇게 세상을 떠난 이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의 기억에도 한 친구가 떠올랐다. 우리 나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자살률 1위를 상당히 오랫동안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목회 현장에서는 그러한 사실을 숫자가 아니라 눈물로 경험한다. 교인과 교인의 가족이나 친구들뿐만 아니라 심지어 목회자도 스스로 세상을 떠난다. 하나님께서 허락하지 않으시면, 참새 한 마리도 땅에 떨어지지 않는다고 하였는데(마 10:29), 그들의 자살 기도가 실패하지 않은 것도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것이라고 해야 .. 공감수 7 댓글수 0 2024. 7. 12.
  • 무도회 초대장 “돌아올 때 교회에서 쓸 수 있는 영성 수련 프로그램 하나 잘 만들어 와~.” 유학 시절 잠시 귀국하였을 때 만난 신대원 동기 형은 내게 밥을 사주며 이렇게 조언해 주었다. 그 말에 내가 뭐라고 대답했는지는 기억 나지 않지만, 형의 애정 어린 조언은 마음에 오래 남아 있다. 그 말이 잊혀지지 이유는 두 가지가 있다. 먼저는 당시 내가 공부하고 있던 박사 과정 프로그램은 기독교 영성학을 이론적으로 연구하기 위한 학문적 훈련을 하는 과정이어서 구체적인 영성 수련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과는 별 관련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의 말에 웃었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이유는 영성 수련은 프로그램이기는 하지만 프로그램의 작동으로 이루어지는 과정이 아니기 때문이다. ‘영성’이라는 단어가 그렇듯이 ‘영성 수련(회).. 공감수 0 댓글수 0 2024. 6. 10.
  • 테네브레 : 빛나는 암흑 “어둠 속에서 하나님께서 저와 함께 찬양을 듣고 계신 것을 느꼈어요. 시간이 좀 지났지만, 꼭 말씀 드리고 싶었어요.” 살며시 미소를 띠고서 말하는 그녀의 얼굴에는 숨길 수 없는 기쁨이 가득했다. 그리고 그 눈빛은 지난 성 목요일에 드린 테네브레를 회상하는 듯 그윽하게 빛나고 있었다. ‘테네브레’는 예수님의 수난을 기억하고 묵상하며 고난주간(성 주간)의 마지막 3일(목, 금, 토) 중에 드리는 기도회이다. 대부분의 한국 개신교인들에게는 생소한 용어이지만, 테네브레의 역사는 아주 오래 되었다. 정확히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아무리 늦어도 9세기 이전에 시작된 것으로 보이니 그 역사가 천 백 년이 훌쩍 넘었다. 원래 테네브레는 성 주간의 마지막 3일 동안 새벽 두세 시와 해뜰참에 드리던 수도.. 공감수 0 댓글수 0 2024. 4. 30.
  • 소리풍경 2 “하트를 안 하면 사진이 아니죠” 파란 눈을 가진 젊은 수사님의 말에 단체사진을 찍던 일행은 크게 웃었다. 그리고 다 함께 ‘손 하트’를 하며 밝은 표정으로 카메라를 바라 보았다. 영성 순례단과 함께 프랑스 남부의 작은 마을 떼제(Taizé)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라 모라다(La Morada)[1]로 가서 우리의 도착을 알렸다. 그곳에서 환영팀으로 봉사하던 젊은이는 예약자 명부를 보더니 우리가 한국인인 것을 알고, 전화를 걸어 누군가를 불러내었다. 그러자 이내 안쪽에서 그가 성큼성큼 걸어 나와 내 앞에 섰다. 프랑스어를 할 줄 모르는 내가 영어로 “Hello!” 라고 인사하자, 그는 웃으며 “안녕하세요!”라고 답했다. 장 다니엘(Jean-Daniel). 슬로베니아 출신의 젊은이는 이전에 서울 화곡동에 있는.. 공감수 3 댓글수 0 2024. 4. 8.
  • 소리풍경 결혼 20주년 기념으로 제주도를 찾은 것은 단지 그곳이 20년 전 아내와 함께 갔던 신혼여행지였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제주도의 바다, 제주도의 바람이 나를 부르는 것 같았다. 제주도 동북쪽에 자리잡은 한 어촌 마을 펜션에 짐을 풀고 곧바로 해변으로 나갔다. 해질녘이 되니 까페도 일찍 문 닫고, 겨울날 올레길을 걷는 사람도 없었다. 한적한 포구에는 나와 아내와 아이와 바람과 파도와 새들만 있었다. 여행은 짧았고, 우리는 다시 서울로 돌아왔다. 남는 것은 사진이라고, 아쉬운 마음에 휴대폰 속에 저장된 사진들을 하나하나 넘겨 보았다. 즐거운 모습이 담긴 사진들 사이에는 숙소 앞 해변에서 촬영한 짧은 동영상도 있었다. 잿빛 구름이 잔뜩 낀 해변에는 파도소리를 압도하는 바람소리가 가득했고, 지구가 만들어 내는 그.. 공감수 2 댓글수 0 2024. 3. 14.
  • 그림에서 불어 오는 봄바람 한 번 받으면, 몇 번이고 꺼내어 다시 읽어보게 되는 편지가 있다. H 자매님의 편지가 그렇다. 새해가 시작된 지 며칠이 지나지 않아 아직 마음이 살짝 들떠 있던 어느 날, 식사를 하러 나갔다가 교회로 돌아가니 내 책상 위에 그림 엽서 세트와 함께 오렌지 색 편지 봉투가 올려져 있었다. 발신인이 적혀 있지 않은 두툼한 봉투 안에는 네 장에 걸쳐 쓴 장문의 편지가 있었고, 마지막 장 마지막 줄에 가서야 H 자매님의 이름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이름을 보기 전에 잘 익은 오렌지 같은 그 문장만 보아도 말투와 문체가 별로 다르지 않은 그녀를 떠올릴 수 있었다. 그 편지는 전시회를 다녀온 이야기로 시작되었다. 지난 겨울 끝자락에 친구와 모네 전시회를 보러 갔어요. 그런데 일반 작품 전시회가 아니라 디지.. 공감수 0 댓글수 0 2024. 2. 11.
  • 오락은 영성의 즐거운 열매입니다 “저거 보드게임이라네요. 목사님, 아이가 좋아하지 않을까요?” 프랑스 ‘떼제(Taizé) 공동체’를 떠나기 전 “전시실”(Salle d’Exposition)이라는 이름이 붙은 기념품 가게에 들러 이것저것 보고 있는데, 일행 중 한 분이 상자 하나를 가리키며 내게 말했다. 정사각형의 황토색 종이 상자 위에는 “켈리아”(Kellia)라는 제목과 함께 “사막의 위험”(The Risk of the Desert)이라는 부제가 적혀 있었다. 순간 눈이 번쩍 크게 뜨였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 보드게임에 ‘꽂혀 있는’ 어린 아들에게 최적의 선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리고 그 예상은 적중했다. 2주 동안의 영성 순례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아빠가 선물 상자를 내밀자, 아이는 받아 들고서 연신 “대박”을 외치며 기뻐했다... 공감수 2 댓글수 0 2024. 1. 11.
  • 사랑하는 예수님, 저희가 여기 있습니다. “혹시 이 곡은 어떠세요?” 그녀가 내민 악보에는 “Liebster Jesu, Wir Sind Hier”(BWV 731)라는 제목이 적혀 있었다. 음악에 별다른 조예가 없는 내게는 생소한 곡이었다. 스마트폰을 꺼내 검색을 해 보았더니 위키피디아에 곡에 대한 설명과 가사가 나와있었다. 재빠르게 훑어보고 대답했다. “네, 권사님, 아주 좋은데요.” 필자가 섬기는 영락수련원에는 매주 화요일 낮 11시에 성찬이 포함된 정기예배가 있다. 이른바 ‘화요예배’이다. 보통 매년 3월 첫 주에 시작하여, 여름에 잠시 쉬었다가 11월 마지막주에 마친다. 그 중에서도 한 해의 마지막 화요예배는 좀 특별하게 드린다. 이때가 마침 대림절이 시작되는 즈음이기도 하여 마지막 예배는 ‘떼제 찬양으로 드리는 성탄목장식예배’로 드리고 .. 공감수 0 댓글수 0 2023. 12. 19.
  • 찌질한 이야기 “저는 할 이야기가 별로 없어요. 다 찌질한 이야기들뿐이에요.” 화장(火葬)이 끝나기를 기다리는데 옆자리에 앉은 미망인이 입가에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러면서 남편은 지금 불에 타 재가 되어 가고 있는데, 밥이 목구멍으로 잘도 넘어간다며 자신을 자책했다. 그녀의 남편은 평생 연극배우로 살았다. 그리고 남자와 손을 잡고 입맞추면 반드시 결혼해야 하는 줄로 생각했던 그녀는 평생 가난한 연극배우의 아내로 살아왔다. 고인(故人)은 이름이 잘 알려지지는 않았으나 국립극단 창단 멤버였으며, 연극계에서는 메소드 연기의 달인으로 인정받았던 원로배우였다. 60년이 훌쩍 넘는 생애를 연극과 뮤지컬과 영화를 오가며 활동하였으나 대부분의 연극배우들이 그렇듯이 가난을 피하기는 어려웠다. 생계는 오롯이 배우의 아내의 몫.. 공감수 0 댓글수 0 2023. 11. 12.
  • 깊은 밤 들리는 소리 깊은 밤 들리는 소리 시월이 점점 다가오자, 전도사님들의 얼굴 표정에도 미묘한 변화가 생겼다. 그들은 이번 가을 노회 때 목사 안수를 받기로 예정된 이들이다. 기대와 설레임일까, 아니면 긴장감이나 부담감일까? 어쩌면 둘 다 교차하는지도 모른다. 그들에게 농담반 진담반으로 이렇게 말했다. “아직 시간이 있습니다. 안수받기 전에 기도 많이 하시고, 잘 생각해보세요. 정말 안수를 받을 건지.” 이것은 그들이 뭔가 부족해 보이거나 마음 바꾸기를 바라서 한 말이 결코 아니다. 최근 몇 년 사이 주변에서, 안수를 받고 부목사로 한두 해 일하다가 스스로 목사 가운을 벗어버린 이들의 소식이 들려왔다.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으나 목사로서 경험한 교회의 모습에 크게 실망하거나 좌절한 것 같다. 그렇게 목사가 된 후 그만.. 공감수 1 댓글수 0 2023. 10. 10.
  • 선물의 집 선물의 집 요즘 유치원에 다니는 아들이 즐겨 보는 영상 중 하나는 “개구쟁이 스머프”이다. 나 역시 어린 시절에 재미있게 보았던 만화인데, 아이도 그것을 보며 자라고 있다. 새로운 시즌들이 이어져 나오면서 스토리는 바뀌었지만, 그래도 캐릭터들은 친숙하다. 잠시 아이 옆에 앉아 TV를 보니 그 중에 ‘익살이’(Jokey)가 눈에 들어온다. 익살이에게는 매일이 만우절이다. 그는 항상 뜬금없이 나타나 다른 스머프들에게 선물 상자를 내미는데, 그가 준 선물 상자는 뚜껑을 열면 언제나 ‘펑’하고 터져버린다. 그러면 처음에는 기쁨으로 선물을 받아 들었던 스머프들의 얼굴에는 당황한 표정과 그을음만이 남는다. 이 장면을 보며 옆에 앉은 아이는 재미있다고 낄낄거리지만, 난 괜히 심각한 생각에 빠져든다. 최근에 지인들 중.. 공감수 0 댓글수 0 2023. 9.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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