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등포교회 4부예배 주보 목회칼럼

2004. 4. 25.

준비된 헌신, 계속되는 헌신

 

얼마 전 한 후배가 많이 아프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의 병명은 간암 말기. 고작 스물아홉의 나이에 간암이라니, 더욱더 병원에서도 손을 놓아버린 말기라니... 갑작스런 소식에 몇 명의 지인들이 함께 병문안을 갔다. 항암치료를 받고 있는 그는 고통으로 일그러진 웃음으로 우리를 맞았다. 그는 원래 간염으로 군대에 가지 않았지만, 이후에 치료를 받아 항체가 생겼다는 판정에 안심하고 있었다고 했다. 그러고 몇 년 동안 바쁜 사회생활과 개인적인 일들로 몸을 돌보지 않았던 것이 화근이었다. 더욱이 그날은 탤런트 이미경씨가 페암으로 사망한 다음 날인지라, 병문안을 다녀오는 우리들의 마음은 말할 수 없이 무거웠다.


요즘은 웰빙(well being)’ 열풍이 불어 많은 사람들이 건강에 높은 관심을 가지고 건강관리, 또는 균형 잡힌 몸을 위해 시간과 재정을 투자하지만, 난 먹고 자는 것, 그리고 걷는 것 빼고는 건강을 위해서 별다른 투자를 하지 않는 사람 중의 하나이다. ‘운동을 해야 되는데..’라는 마음은 있지만, 운동의 우선순위를 늘 뒤쪽으로 밀어 놓고 살고 있다. 그래서 요즘 한 방송프로그램에서 전국적으로 운동을 하자는 캠페인을 하는 것을 보면서도 전혀 마음에 동요가 생기지 않는다. 정말 마음이 완고하다. ^^; (아마 여기에는 학교 다닐 때 체육시간, 특히 실기 시험 때의 긴장감에 대한 기억도 한 몫하리라. 사실 난 큰 키와는 달리 운동에는 별 소질이 없어, 어설프게 흐느적거리기만 했다.)


하지만 주변에서 들려오는 선후배들의 질병 소식들과 언론에서 나오는 각종 통계와 보도들은 젊음이라는 것이 결코 건강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여기에다 결혼을 해서 가정을 이루고 나니, 내가 오래 살고 싶은 욕심보다 가족을 위해 건강을 지켜야겠다는 마음이 든다.


내가 감명 깊게 읽었던 책 중에 데이비드 브레이너드의 일기라는 책이 있다. 데이비드 브레이너드(David Brinerd, 1718-1747)18세기에 활동한 미국 인디언 선교사이다. 그는 21세에 개종을 하고, 24세에 헌신을 해서, 29세로 생애를 마친 짧지만, 뜨거운 인생을 살았던 사람이다. 그의 일기를 읽어본 사람이라면 그가 주님께 얼마나 깊이 헌신된 사람인지를 알 수 있다. 그런데 그가 그의 생애를 29세라는 젊은 나이로 마칠 수밖에 없었던 것은 그는 건강을 돌볼 겨를이 없이 수고하고 헌신하였기 때문이었다. 그는 몸이 약해 제대로 걷기 힘들 때에도 먼 곳에 있는 인디언들에게 복음을 전하기 위해 말을 타고 며칠 씩 걸리는 거리로 찾아가기도 했고, 기도하는 일에 게을리하지 않았다. 브레이너드의 이러한 헌신된 삶은 우리에게 깊은 감명을 주지만, 한편으로는 그가 건강을 돌보지 않아 일찍 숨을 거둔 것으로 인해 안타까움을 느끼게도 한다.


물론 흑백논리처럼 우선순위를 단정 지어 말할 수는 없지만,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헌신에는 건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아무리 우리가 주님을 위해 살고, 가까운 곳과 먼 곳에서 복음을 전하려고 해도 건강이 뒤따라 주지 않는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극히 적다. 구약 시대에 하나님께 제사를 드릴 때의 예물은 반드시 흠이 없는건강한 양이어야 했다. 이것은 곧 신약에서 우리 자신을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거룩한 산 제사로 드리는(12:1) 헌신에서, 우리가 흠이 없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말해 준다. 여기서 흠이 없다는 것은 영적, 도덕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육체의 건강도 포함하고 있다. 우리는 4월 한 달 동안 새벽이슬 같은 주의 청년헌신이라는 주제로 4부예배를 드리고 있다. 헌신의 시작은 그 마음의 결단이겠지만, 지속적인 헌신, 즉 헌신된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나 자신을 흠이 없는 상태로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가 건강을 위해 시간과 재정을 투자해야 하는 이유는, 예쁘고 멋있는 몸매를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라, 보다 지속적이고 깊이 있게 헌신된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임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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